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1년에 학부모는 자녀의 담임교사를 몇 번 만나게 될까? 특별한 상담거리가 있지 않는 이상 3월의 학부모 총회, 1학기 학부모 상담주간, 2학기 학부모 상담 주간, 학부모 공개 수업 등 3~4회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중 담임교사를 만나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보장받는 공식적인 기회는 2회의 학부모 상담 주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부모와 교사는 이 만남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주요 학부모 상담 주제는 ‘학생이 학교 수업은 잘 참여하는지’, ‘학생의 학교생활과 교우관계는 어떤지’ 등이며, 경우에 따라 교사의 어려움이나 학부모가 자녀를 키우며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간은 교사와 학부모 간의 학생에 대한 이해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상담만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체적으로 학생이 학교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학부모 상담 주간에 학교를 찾는 학부모의 비율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들며, 1학기보다 2학기에 더 낮다. 이것은 그만큼 지금의 학부모 상담이 ‘학생의 적응’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 학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이 단순히 적응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학부모와 교사는 학생의 적응을 넘어 학생의 발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2017년 한 방송사의 교양프로그램에도 소개된 바 있다시피, 스웨덴의 경우에는 ‘IDP(Individual Development Plan, 개인별 발달 계획)’를 통해 학기당 1회 학생의 발달에 관해 논하는, ‘발달 대화’ 시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1~5학년의 경우에는 이 상담 시간으로 가정용 학생 평가 통지를 대체한다. 

이러한 스웨덴의 ‘발달 대화’ 시간이 우리나라의 학부모 상담 시간과 다른 점은 첫째, 학교생활이 아닌 학생의 학습 과정이 대화의 중심이며, 학생 생활 적응은 그러한 학습 과정과 연계하여 논의된다. 둘째, 교사와 학부모 외에도 학생이 대화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단순히 교사와 부모에게 이해 받거나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목표를 설명하고 학교생활과 학습에 참여 의지를 표현할 기회를 갖는다. 학생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학습 및 학교생활에 대한 책임을 가진 주체로 서게 된다.

이렇게 학생 의지와 목표를 설명하는 과정이 선행될 때 교사와 학부모의 학생에 대한 지원도 더욱 의미가 있게 된다. 교사는 학생의 목표를 학년교육과정과 연결 지어 구체적이게 되도록 조언하여 이후 진행되는 학습 과정에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야 하며, 학부모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이 긍정적 자아 형성을 할 수 있도록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당장 스웨덴의 발달 대화를 우리의 학교에 적용하자고 말하는 것은 문화나 제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주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방식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학부모나 교사라면, 다음 상담 시간은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1학기에는 학생이 자신의 1년간의 배움 목표를 설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2학기에는 스스로가 해낸 것(그것에 비록 실패했을지라도)을 설명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의미 있는 발달 대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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