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생을 꿈꾸는 남매 이종권·이지혜

“각자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버지 은퇴로 가족이 함께 이곳 춘천에 정착했습니다. 아버지 꿈이 ‘미치도록 그림을 그리고 한 작품이라도 남기고 싶다!’였거든요. 꿈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원초적인 열망이 그림을 그리시게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열망이 가족들을 한 곳에 모이게 했고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냈다. ‘예와생’ 스튜디오 카페. 2018년 11월 카페 오픈, 2019년 6월 스튜디오 오픈. 1, 2층 그리고 옥상으로 만들어진 가족들의 예술 공간이다. 예술과 인생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세 글자이지만 간단하지 않은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개성이 다른 네 명의 가족이 만들었고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색채로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딸 이지혜 “개성이 정말 다르고 톡톡 튀어요. 1만km 이상을 떨어져 살았던 가족들이 함께 오픈 준비 작업을 한 6개월 동안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인테리어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고 결정해 갔던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상품이 다양해지는 결과물도 생겼고요.”

아들 이종권 “아버지가 의정부에서 시작한 카페에서 엄마를 만나셨어요. 화가가 꿈이셨던 아빠가 엄마를 찍으면서 사진을 접하셨다고 해요. 결혼 후 호주로 유학을 다녀오셨고 신사동에서 광고사진 위주로 작업을 하셨어요. 어머니는 시조로 등단하셨고, 지금은 강원문인협회에서 낭송가로 활동하고 계시죠. 저희 태교도 읽고 말하시면서 하셨대요(웃음). 부모님의 ‘하고 싶어하는 그 열망’을 존경해요. 지금 연세에도 꿈을 잃어버리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그 모습이요.”

사진 제공=이종권
사진 제공=이종권

서울에서 살다가 초등학생 때 홍천으로 이사를 왔고 중학생 때 춘천에 정착했다. 지금까지의 삶은 아버지의 열정과 어머니의 꿈이 같이 하는 여정이었다. 현재는 스튜디오 카페에서 예술인들과 함께 하고 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임, 문학인들의 모임, 소소한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서 말이다. 

1층 스튜디오에서 사진 작업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2년 프랑스로 유학 가서 2018년에 귀국했어요. 사진 찍는 것을 엄청 싫어했어요. 어릴 적 눈으로 보는 게 더 좋았거든요. 저는 ‘신기해요!’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자꾸 찍으시니까, 그렇게 20년 동안 찍으셨으니까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었어요(웃음). 그런데 커 가면서 ‘사진은 의미를 담아낼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사진을 싫어하게 한 것도 아버지고 사진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아버지입니다. 저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영상(영화) 찍는 것이 저에게는 ‘딱’ 이었어요. 귀국하기 직전에 했던 작품들이 기억에 남아요. 5분짜리 작품인데 힘들었지만 직접 디렉팅하고 외국인들과 함께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20대를 다른 사람들과 파리에서 보낸 것이 제 가치관을 형성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빚어 놓았어요. 놀고 일하고 사람들과 싸우고 공연하고. 모든 것을 다 그곳에서 했기 때문에 파리가 고향 같아요."

이번 달에 들어오는 프랑스인 아내. 한국어와 프랑스어를 서로 배우면서 만났다고. 

“신기하게도 프랑스에 있는 사람이 저를 이해해줘요. 문화는 확실히 달라요. 이상과 방법이 정말 다른데 그 가운데서 이해의 방향을 잡았다고 할까요? K-POP을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잘  부르기도 한답니다. 프랑스에서는 길바닥 사진을 계속 찍었어요. 스튜디오의 소주제는 ‘놀면서 자유롭게 촬영하자’입니다. 노는 개념으로 접근하니까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결과물인 사진으로 뽑아내는 것은 제 능력이니까 오시는 분들은 즐겁게 놀다 갈 수 있어야죠. 카페에서 수다떨다가 편안하게 촬영하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들 하세요. 스튜디오와 카페가 공존하며 예술이라는 콘텐츠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고민한 오늘의 작품이 내일이 되겠지요.” 

2층 카페에서 따뜻한 공간으로 세대융합을 꿈꾸고 있는 딸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강원대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국제우편을 이용하다 불편함을 느꼈고, 한국 물건을 프랑스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업을 창업했어요. 스타트업 활동을 하면서 마케팅, 디자인 등 여러 분야를 공부했어요. 지금은 해보지 않았던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제 베이킹, 음료와 씨름하고 있어요(웃음). 많은 분들이 오셔서 경험하고 추억하고 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단순히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들이 만들어 내는 진정성을 찾고 싶어요. 잘 섞어봐야죠.”

2층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이지혜 씨. 1층 스튜디오 입구(오른쪽 위). 예술과 인생을 살아가는 가족들(아래)
2층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이지혜 씨(왼쪽). 1층 스튜디오 입구(오른쪽 위). 예술과 인생을 살아가는 가족들(오른쪽 아래)

고민하는 것들을 어떻게 잘 전달해야 할지가 미션이라고 말하는 그들에게도 ‘본능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단다.

"요즘 춘천에는 예술과 문화 분야에 대한 작은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의 도전도 그 움직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생계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창조해 내는. ‘예술을 한다’는 것에 용기 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스튜디오가 생긴 후 다른 지역에서 많이 보고 갑니다. 그러면 저희는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고요. 춘천에 이런 또 다른 작은 움직임들이 있으면 저희도 유심히 보게 된답니다. 비슷한 가치를 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으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 춘천의 변하고 있는 모습, 이런 움직임에 설레고 있어요."

이달 스튜디오에는 이종권 씨의 아내인 프랑스 국적의 가족이 한 명 더 참여하게 된다. 예술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는 흔치 않은 모습을 춘천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작업해 온 부모님의 사진 작품과 카페를 찾아온 사람들의 작품들이 작은 움직임이 되어 전시될 컬래버레이션이 기대된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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