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학생조합을 만들자
[기자의 눈] 학생조합을 만들자
  • 유용준 기자
  • 승인 201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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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준 기자
유용준 기자

‘학생조합은 왜 없을까?’

노동운동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간간히 듣고, 시민사회단체와 협동조합의 사람들을 접하고, 다가오는 대학별 총학생회장 선거를 내다보던 와중에 문득 든 생각이었다.

노동자들은 그들의 권익을 위해 노동조합을, 소비자들은 소비자협동조합을, 농업인들은 영농조합을 만드는데, 가장 거대한 약자인 학생 집단이 그들의 권익을 위한 조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대학들이 전공·교양과목을 영구폐강하거나, 심지어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두세 학과를 통폐합해도 학생들은 눈 뜨고 코 베이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 강의실에 100명의 학생들이 들어가 강의를 듣는 것도 벌써 오래된 풍경이다. 한 학기에 수백만 원을 낸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교육서비스의 질은 좁은 교실에 수십 명이 앉아있던 1970년대 중·고등학교와 다를 것이 없다.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학생들은 ‘전쟁’을 벌인다. 승리를 위한 불법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강의가 거래되기도 한다. 끝내 필수과목을 신청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졸업을 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총학생회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도 크다. 총학생회에서 단과대 학생회로, 단과대 학생회에서 학과 학생회로 연결되는 수직적 구조는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수많은 학생들이 학과 범위를 넘어 결집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모이는 인원이라고는 소수의 학생회 임원이 전부다. 

이제는 같은 대학 학생이라면 학과를 넘어 연대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나아간다면 전국적으로 학생조합끼리의 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는 없지만 외국에서는 학생조합의 역사가 깊다. 중세, 12세기 초반 최초의 대학이 태동하던 시기에 이미 학생조합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시에는 조합이 곧 대학이란 뜻이었는데, 이들 조합(대학)은 학문을 위한 고도의 자율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학생조합은 19세기 초반 독일 지역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흔히 부르셴샤프트(Burschenschaft)로 알려진 이 학생조합은 자유주의운동과 독일통일운동에 앞장서며, 보수적인 빈 체제와 맞서 싸웠다. 

그렇다고 이 시대의 학생조합에 선도적인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업장마다 있는 노조처럼, 학교마다 학생들의 권익을 위한 학생조합이 있었으면 싶다. 단지 자신의 권익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는 혁명적으로 변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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