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인
이충호 편집인

일본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안경 착용 금지와 하이힐 착용 강요가 여성 차별이라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예의 없어 보이고, 기모노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경을 쓰지 말라는 외모 규정에 여성들은 “바보 같다”며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 기자는 “복장 규정이 사회통념상 필요하고 적절하다”는 관련부처 장관의 말과 함께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49개 나라 성(性)격차 보고서 순위에서 110위이며 다른 선진국에 견줘 성평등 수준이 현저히 뒤처진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럼 한국의 순위는 얼마일까? 적어도 한국이 저 정도는 아니니 한참 위일 것이라 기대하며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젠더(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18)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한국은 115위, 중국은 103위였다. 젠더 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는 아이슬란드였고 노르웨이,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필리핀이 8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비교적 높은 순위로 기억하고 있는 다른 지수를 찾아보았다. 2018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160개국 중 10위였다. 성차별과 관련한 두 개의 통계에서 대한민국이 상위권과 하위권이라는 정반대의 선상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혼란스럽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두 통계가 기준으로 삼는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UN에서 발표하는 성불평등지수(GII)는 모성사망비·청소년 출산율, 중등이상 교육 받은 인구, 경제활동 참가 등 3개 영역에서 여성의 인권에 초점을 두고 성불평등 여부를 판단한다. 대한민국은 청소년 출산율이 거의 없고, 중등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에서 남녀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10위는 그럴 듯해 보인다.

반면,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지수(GGI)는 지표별로 ‘남성 대비 여성 비율’을 비교해서 남성과 여성 간 격차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고위관리직에 올라 있는 남성 대비 여성의 수를 상대 비교한다. 경제 참여 및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이라는 네 개의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삶이 얼마나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데 국제적 기준에 못 미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주어진 낮은 점수 는 당연해 보인다.

감사원이 최근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를 공개하면서 밝힌 내용은 대한민국의 성평등지수가 10위가 아니라 115위라는 반증에 가깝다. 2016년 서울교통공사의 모터카·철도장비 운전 분야 신입사원 면접 당일, 채용 분야 팀장은 면접위원장에게 “여자가 하긴 힘든 일이다. 야간 근무할 때 있을 여성용 숙소도 없다”고 넌지시 말했고 면접위원장은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여성 응시자들 점수는 과락(50점) 미만으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면접 전까지 전체 지원자(68명) 중 1등, 8등, 9등이었던 여성 응시자의 운명은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뀌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6월 성평등 사회 실현에 있어서 국제사회 모범국인 핀란드(성격차지수 4위, 성불평등지수 8위)의 사회정책보건부와 성평등 분야 정책 교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마 10위와 115위의 격차가 부끄러워서였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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