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아홉 살 아들이 요즘 꽂혀있는 놀이는 왕고무 딱지치기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몹시 불편하고 못마땅한 아이템이다. 공룡을 응용한 몬스터 캐릭터가 찍혀있어 아이들에겐 수집하는 맛을 자극하지만, 랜덤으로 포장되어 있는 상술이 거슬린다. 고무딱지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냄새는 환기를 부르고, 중간에 몇 번 아이 몰래 버리기도 했었지만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아이들의 고무딱지놀이는 이미 또래문화가 되어버렸다. 어서 이 열기가 식어버리기만을 바라는 처지가 됐다.

최근 아이들의 놀 권리와 놀이문화에 대한 지역에서의 변화 움직임이 부쩍 눈에 띈다. 칠전동에서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놀이터를 직접 만들겠다고 ‘놀이터 추진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이 매주 저녁 시간에 놀이터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도심 빈 공간에서는 ‘팝업놀이터’ 활동이 벌어지고, 소소하게 육아모임에서도 아이들의 놀이와 성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경험을 함께하고픈 맘은 굴뚝같은데, 일상이 녹록치 않다는 핑계로 장난감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게 현실이다. 

어린 시절 나의 장난감은 옷을 갈아입히는 고무인형과 종이인형이었다. 그림을 그려 옷을 만들거나 집안 도구들을 이용해 인형 집을 만들어 놀았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엄마가 뜨개질, 바느질로 인형 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다. 살고 싶은 대로 꾸미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인형을 통해 나를 나타냈고, 인형에 담긴 역할을 맡으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주로 인형이 떠오르지만, 우리 아이가 장난감으로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어떤 공룡을 데리고 노느냐에 따라 말투며, 행동 특징이 달라지고 그 공룡의 정보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변신하는 로봇카를 가지고 놀 때는 정확한 조작순서와 작동방법을 어른보다 먼저 깨우치기도 했었다. 

아이들의 성장과 놀이가 밀접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민들레》에서 만난 사회적기업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읽으며 장난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무심코 이벤트성 선물로 치부하고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던 장난감의 의미와 우리들의 일상을 말이다. 

올해로 21년째 버려진 장난감을 수리하여 중고 장난감으로 재탄생시키고, 폐기 장난감을 활용한 환경교육까지 오랜 시간 이어온 ‘금자동이’이야기를 통해 주변에서 버려지는 것들의 가치를 아이들과 함께 돌아봐야겠다는 반성이 앞섰다. 

예전처럼 순수하게 여겨지지 않는 소비 중심의 장난감 시장만 탓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쓸모’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금자동이’에서 운영하는 ‘장난감학교 쓸모’에서는 분해된 장난감 플라스틱 조각을 활용해 새로운 장난감으로 만드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난감 분해부터 새 활용까지, 또는 다양한 제작기법을 배워 응용하는 창의적 과정까지 탄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과학적 지식과 재발견은 물론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담아 작품을 만들고 이야기를 입혀내면서 자존감이 올라가는 효과까지 보인다고 한다. 

2010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약 40만 명이 참여했고, 대상도 다양해 현재는 자원봉사 시스템까지 연계하여 진행한다니 사회적 효과는 그저 장난감을 만지는 수준이 아닌 새로운 사회운동에 가깝다.

삶을 놀이처럼 즐겁게 여길 수 있다면, 장난감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 시간부터 장난감으로 배우고, 성장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난감 회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기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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