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만들어 수험생 응원한 김병현·백서윤 교사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순이면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시험 부담이 최고조에 달한 고3 학생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현직 교사들이  응원곡 ‘꽃’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원교육청 소속 김병현, 백서윤 교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현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파견교사로 현재 교육청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수험생들을 위한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김병현: 저는 인제 원통고등학교, 춘천에서는 봉의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음악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전공한 것은 아니고 대학교 동아리에서 기타를 했는데 음악 코드로 노래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학생들을 위해서 한 곡 만들어보자,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열아홉 살의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힘이 되는 노래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만든 ‘꽃’은 이전에 만들었던 노래를 합쳐서 만든 곡인데 강원도교육청에서 백서윤 음악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선생님이 편곡을 도와주셔서 이렇게 듀엣으로 완성된 노래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진 제공=김병현
2020학년도 수능 수험생을 응원하는 곡을 만든 (좌로부터) 백서윤, 김병현 교사.      사진 제공=김병현

수험생 응원곡 ‘꽃’의 탄생 배경은

김병현: 2017년 3월 모의고사 때 필적 확인용으로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라는 박치성 시인의 ‘봄이에게’ 한 구절이 나왔습니다. 이 구절 때문에 시험을 보다가 말고 학생들이 많이 울었어요. 학생들에게 힘든 시기니까 많이 다가온 구절이었나 봐요. 그래서 이 구절과, 아이들과 나눈 대화, 해주고 싶었던 말들, 나한테 했던 얘기들 을 종합해서 노랫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3 시절을 되돌아본다면

김병현: 저는 서울에 있는 상위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경쟁만 하는 분위기의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저처럼 지방대를 가는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는 약간 계약관계처럼 느껴졌어요. 안타깝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학창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험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되면서 내가 겪은 선생님, 학교를 우리 학생들에게는 보여주기 싫어서 학생들에게 오롯이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학교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대학을 가든 안 가든 똑같이 힘들어요. 1등도 힘들고 꼴등도 힘듭니다. 왜냐하면 내년이면 당장 성인이라는 데 ‘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라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죠. 그래서 사실 이 노래도 수능보다는 어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머뭇거리고 있는 그런 열아홉 살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불안함 또는 가능성, 굉장히 압축되고 함축된 상징적인 그런 나이이자 시기잖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괜찮아, 잘해왔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우리사회에서는 어디서든 경쟁과 도전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학생들은 그나마 주변 친구들과 경쟁과 도전을 같이한다고 말입니다. 어른들은 각자도생, 각개전투를 하지만 학생들은 함께 손잡고 가잖아요. 그런 차이점이 있다고 말하는 편이고 실제로 애들도 그래서 더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끼오 프로젝트’ 밴드는

김병현: 강원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유투브 채널 이름이 ‘학교’를 재미있게 발음하여 만든 ‘학끼오’라는 단어에 ‘TV’를 붙인 합성어입니다. 현재 ‘꽃’이라는 곡이 음원 제공 사이트 ‘멜론’과 강원도교육청 블로그에 등록이 되어 있는데요, ‘학끼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앨범이 나가면 나중에 교육청에서 다른 프로젝트나 활동을 할 때 이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백서윤 선생님과 둘이서 녹음하고 몇 개월 동안 곡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위로와 격려’를 전달하려면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밴드 컨셉으로 음악 전공 선생님들을 섭외해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었습니다. 촬영에 도움을 주신 다른 선생님들은 녹음에 참여하시지는 않았지만 취지에 공감하시고 참여해주셨습니다. 

학끼오 프로젝트의 향후계획은

김병현: 반응을 봐야하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지금 파견 교사라서 곧 현장으로 가는데 나중에라도 교육청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어서 다른 선생님, 학생들이, 교육가족들이 학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른 결과물을 내면 더 재미있어지고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사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고 좋은 취지로 시작해서 재미있게 음악을 했습니다. 교육청 내 팀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어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제 이름으로 작사/작곡이 올라가긴 했지만 주변 진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영상 주무관님, 홍보 주무관님도 엄청 많이 도와주셨고요.

‘학끼오 프로젝트’로 결성된 강원도내 현직 교사들. 왼쪽부터 한재현(베이스), 백서윤(노래), 김병현(작사·작곡/노래), 심지연(바이올린), 송민수(드럼). 사진 제공=김병현
‘학끼오 프로젝트’로 결성된 강원도내 현직 교사들. 왼쪽부터 한재현(베이스), 백서윤(노래), 김병현(작사·작곡/노래), 심지연(바이올린), 송민수(드럼). 사진 제공=김병현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백서윤: 수능이라는 것이 엄청난 것 같은데 막상 지나고 보면 정말 큰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너무 부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고 각자의 색깔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통해서 꼭 시험을 잘 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색깔이 뭔지 개성이 뭔지 그렇게 색을 찾아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성인의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병현: 수능을 보고 나면 대입결과가 합격, 불합격으로 나오겠지만 열아홉 살 인생에서 합격, 불합격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능 대박’이라는 말도 사실 잘 안 합니다. 대박이라는 말은 자기의 노력이나 능력 이상의 것을 우연하게 얻는다는 의미도 있잖아요.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고 요행을 바라는 세태를 반영하는 말 같아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말보다는 정말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고 또 그 결과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까 크게 절망하거나 크게 기뻐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들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수험생활을 통해서 자신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그런 힘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 힘들었던 수험생활이, 열심히 했던 노력들, 밀도 높았던 시간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또 어떤 힘든 삶의 장면들을 만났을 때 당장의 대학 결과보다도 더 큰 저력으로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믿습니다. 열아홉이라면 누구나 넘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세상이지만 또한 열아홉이기에 누구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다들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을 겁니다. 이번 가을과 겨울 잘 견디고 이겨내면 훨씬 더 성장해 있을 거예요.

성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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