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춘천은 온통 가을빛이다. 

춘천 도심의 거리들은 노란 은행잎들이 가을바람에 나뒹굴고, 도심을 조금 벗어난 교외 야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요즘 생각나는 것이 장작불 지핀 뜨끈한 구들아랫목이다. 

춘천 김정은 가옥 대문
춘천 김정은 가옥 대문

지난달 아들과 함께 남도여행을 하면서 한옥 민박에서 하룻밤을 보낸 설설 끓는 아랫목이 그립다. 그래서 찾은 곳이 신동면 정족리에 위치한 춘천 고택 김정은 가옥이다. 

동명일 뿐 북한의 김정은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이다. 

시내 어느 곳에서든 십 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정족리 전통 기와집에 도착한다. 

대문이 굳게 닫혀있어 주변 가을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가옥의 주인인 김남영 씨가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선다. 볼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마실 간다고 하기에 잠시 취재를 요청해 허락을 얻었다. 

김 씨는 김정은 가옥의 후손은 아니며 오래전에 그 가옥을 구입하여 관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가옥은 1920년대 지어진 전통한옥으로, 춘천시에서 유일하게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돌잔치 행사만 할 뿐 카페나 숙박은 하지 않는다고 하여 아쉬웠다. 

‘ㄱ’형 안채와 ‘ㅡ’형 사랑채로 이루어져 있는 이 가옥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68호로 지정되어 있다. 

김정은 가옥의 ‘ㄱ’형 안채
김정은 가옥의 ‘ㄱ’형 안채
김정은 가옥의  ‘ㅡ’ 형 사랑채
김정은 가옥의 ‘ㅡ’ 형 사랑채

100여 년 전 신동면에 있는 최재근 전통가옥을 지은 목수가 건축했다고 한다. 

사랑채는 대문을 중심으로, 좌측으로는 대문 칸 부엌과 툇 칸(건물에 덧달아 낸 칸)마루로 이루어진 사랑방 3칸이 있으며 우측으로 광 2칸과 방이 있다. 지붕은 홑처마의 초가였으나 지금은 기와를 얹었다. 

안채는 대청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건넌방이 있고 우측에는 윗방, 안방, 부엌이 직각으로 배치되어 있다. 윗방과 안방의 뒤쪽에는 툇간마루를 두었으며 방 사이에는 네 짝 접문을 달아서 필요시 합쳐서 크게 사용 할 수 있게 했다. 대청과 건넌방 전면에는 전통가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임지붕 형식의 차양이 있다. 전형적인 영서지방 민가의 평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외부 공간구성과 목재를 다듬고 손질한 솜씨와 부재(건물의 각 부분에 쓰이는 재료)의 크기를 세심하게 고려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고택 마당에서 바라본 가을풍경이 멋지다. 

뒷산과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고택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이룬다. 다만 안채에 함석으로 지붕을 잇대어 만든 햇빛가리개는 조금 어색했다.

아들과 함께  장작불 지핀 고택 설설 끓는 아랫목에서 옛이야기로 정담을 나누며 차 한 잔하고 싶었는데 한옥스테이가 안 된다니 아쉽다.

춘천 김정은 가옥(신동면 솟발1길 44)
문의 김남영 010-3770-0221

 박백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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