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한, 보행친화도시 구현은 ‘불가능’
서울시, 차량·보행자 통행 많은 을지로·세종대로·충무로에 도로다이어트
시민들, “차량도 사람도 없는 곳에 도로다이어트를?…상식에 근거해야”

춘천 시민이라면 춘천의 교통대란을 피부로 느낀 지 오래됐을 것이다. 도시의 규모에 비해 자동차 숫자가 월등히 많아진 탓이다. 아침저녁의 교통 혼잡은 물론 주차 공간도 찾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자동차 수의 증가는 자동차 운전자와 비운전자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고 위험도의 증가와 신체·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공해 정도의 증가는 결국 모든 시민들의 삶을 위협한다.

《춘천사람들》은 이번 특집을 통해 춘천시가 직면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논하는 데 일조해보고자 한다. 문화도시·관광도시·수변도시의 명성에 맞게 춘천을 ‘쾌적한’ 도시로 되돌리는 것이 《춘천사람들》의 작은 목표다.-편집자주

춘천시는 지난 1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춘천을 보행친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겨울에는 “동면 일대 차선을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이는 ‘도로다이어트’를 시행하고,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이설하며, 교통섬과 보도를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올해 6월에는 “20억 원을 투입해 보도 펜스를 설치하고, 점자블록을 정비하며, 대각선 횡단보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춘천시의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보행친화도시가 조성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의 보행친화 정책들은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별다른 불편을 끼치지 않은 채 보행자들만을 통제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혼잡한 도로를 없애거나 폭을 크게 줄여 운전자에게 불편함을 줌으로써 차량의 진입을 억제하고 보행친화적인 공간을 만드는 ‘도로다이어트’의 경우에도, 원래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에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시가 도로다이어트를 시행하겠다는 동면 구봉산 일대는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고 보행자도 거의 없는 교외 지역이다. 지난달, 을지로·세종대로·충무로 등지에 도로다이어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서울시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팔호광장에서 춘천시청 별관까지의 구간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보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
팔호광장에서 춘천시청 별관까지의 구간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보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지난 1996년, 춘천보다 앞서 보행친화도시 구현을 계획한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보고서 하나를 내놓았다. ‘보행활성화 전략개발’이라는 이 보고서는 보행친화도시 구현 조건으로 무려 14가지를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운전자의 불편 감수를 전제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의 의지마저 의심하고 있다.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춘천시가 보행친화도시를 구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세무서삼거리-중앙로타리 구간에 설치하겠다고 했던 대각선 횡단보도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보도가 없던 신흥사거리-동춘천초등학교 구간에는 보도블록이 새로 깔렸지만 여전히 전봇대가 보행을 방해하고 있다.

《춘천사람들》이 지난 1월 제159호 1면 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보행권을 보장하라”고 주창하기도 했으나 지금까지도 신흥사거리-한림대 구간과 팔호광장-춘천시청별관 구간에는 보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도가 있는 일부 구간마저도 보도 위의 전봇대들과 깨진 보도블록들로 보행자들이 제대로 통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행친화도시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장밋빛 환상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영국의 보고서가 언급한 바와 같이 상식에 부합한 정책이 나오고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중론이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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