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공공건축의 이해 교육’ 춘천예술마당 봄내극장에서 열려
최재원 건축사, “주민이 쉽게 오갈 수 있고 편안한 공간이어야”

생활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서울시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을 건축한 최재원 건축사가 춘천시의 공공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지난 20일 춘천예술마당 봄내극장에서 ‘마을이 된 도서관 이야기’라는 주제로 춘천시 공공시설과가 주최·주관한 제1회 ‘공공건축의 이해 교육’이 열려 관계 공무원과 시민들이 참석해 공공건축의 방향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사로 나선 최재원 건축사는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을 비롯해 ‘청라국제도서관’, ‘풍기읍 행정복지센터’ 등 다양한 공공시설을 설계해 왔다.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바를 솔직하게 전달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 노란색 부분이 신축, 흰색 부분이 옛 건물이다. 사진 제공=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 노란색 부분이 신축, 흰색 부분이 옛 건물이다.       사진 제공=구산동도서관마을

“과거의 공공시설은 한결같이 앞마당에는 주차장 뒤쪽에는 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공공’시설은 모두가 편안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공시설을 ‘마을’과 같은, ‘주택’과 같은,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최 건축가는 ‘마을과 같은 공공건축물’이라는 말에서 ‘마을’을 ‘길’로 해석했다. 마을은 길과 길의 교차점이고 공공시설은 그 교차점 중 가장 왕래가 많은 지점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풍기읍 행정복지센터’가 지어졌다고 말했다. ‘풍기읍 행정복지센터’는 3방향 모두가 입구이고 3방향 모두가 정면인 구조다. 풍기읍 행정복지센터로 진입하는 삼거리를 그대로 연결한 구조로 풍기읍 주민이면 어디서 오든 누구나 센터의 정문으로 들어간다는 인상을 준다. 

‘주택과 같은 공공건축물’이라는 말에서 ‘주택’은 ‘방’으로 해석했다. 주택은 방들의 집합이며 이러한 시각은 공공건축물에 대해 조금 더 ‘아기자기한’,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성내 도서관이 2020년 개관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부지가 좁고 지가가 높기 때문에 도서관은 ‘앤젤공발허브센터 및 도서관’이라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이때 작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방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3채의 집을 쌓아올린 구조로 설계됐다. 실제의 집과 마당을 쌓는 것처럼 모양과 기능을 겹치는 형식이다.

‘공원과 같은 공공건축물’은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사례다. 복지관의 경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수직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단층으로 길게 지어지기 때문에 일반 건물에 비해 훨씬 많은 부지가 필요하다. 또 복지관에 장애인만이 아니라 일반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그래서 최 건축사는 한 층을 둘로 나눠 매우 완만한 경사로를 양방향으로 만들고 아래쪽 0.5층은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위쪽 0.5층은 시민공원으로 조성했다. 그 결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센터와 공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고 일반 시민들도 공원을 이용하면서 복지관 일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 건축가는 이러한 시도들을 복합적으로 재현한 경우가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 공동체를 먼저 형성한 후에 2006년 2008명의 서명을 받아 은평구에 도서관 설립을 요구한 경우였다. 구에서는 토지를 매입하기는 했지만 자금이 모자라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다가 결국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런데 해당 부지에 있던 건물은 1970년대부터 2000년까지 지어진 주택 5채였다. 최 건축가는 5채의 건물을 최대한 재생하기로 하고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결국 각각 다른 5개 건물이 하나의 건물로 재탄생했다(사진).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다른 공간이 ‘어린이 자료실’, ‘마을 자료실’, ‘만화 자료실’, ‘음악 감상실’, ‘공연장’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원래 건축물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건물의 고유한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구산동도서관마을’도서관은 ‘2016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최 건축가는 “옛 것의 역사와 새 것의 발전을 담아내는 것은 공공건축물의 또 하나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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