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왔고 한국에서도 2009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공공건축가 제도가 춘천에서도 올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돼 《춘천사람들》에서는 11명의 공공건축가가 춘천시정부로부터 위촉장을 받는 지난 7월 31일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로부터 약 2개월 전 이민아 총괄건축가가 위촉될 때도 사설과 기사를 통해 춘천의 공공건축가 시대에 대한 기대와 당부를 표명했다. 

공공건축을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개인 소유의 건축이 아니라 공적소유의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시청사나 공원과 같이 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이나 장소를 조성하는 일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수준에서 공공건축가나 총괄건축가, 시 공무원이 공공건축을 한정한다면 공공건축가제도를 통해서 나타나는 결과물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 사적 소유의 건축에 대한 심의와 허가를 시정부가 하게 돼 있고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가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있으므로 시 전체의 디자인에 이들의 전문성이 얼마든지 발휘될 수 있다.

공공건축물의 계획이나 설계 등 비교적 구체적인 작업에 관여하는 공공건축가들의 작업이 상호 일관성을 가지도록 만든 직제가 총괄건축가이므로 이들 사이의 협업을 통해 얼마든지 공적 건축과 사적 건축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 도시를 하나의 멋진 작품처럼 만들 수 있다.

도시 디자인을 멋지게 할 제도를 만들고 전문가도 위촉해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았지만 정작 이 제도를 통해서 춘천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들을 수 없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런 이야기를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미리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해 의아하다.

춘천시의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일부, 건축·조경·문화 관련 민간 전문가, 시의원, 국·과장급 시 공무원이 참여하는 건축정책위원회가 지난 20일 열렸는데 비공개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전, 사후에도 아무런 관련 브리핑이 없었다. 안건이 ‘캠프페이지 시민복합공원 개발사업‘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진행되었는지 일체 밝히지 않고 있다. 회의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이권 개입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 했는데 이런 부분을 이해해준다 하더라도 회의결과를 요약해 기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에서 시정부는 지난 20일 춘천예술마당 봄내극장에서 ‘마을이 된 도서관 이야기’라는 주제로 제1회 ‘공공건축의 이해 교육’을 공무원과 시민 대상으로 열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등 춘천에서도 본을 삼을 만한 건축 사례가 많이 소개되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춘천시민의 기대는 자꾸 커져만 가는데, 정작 춘천의 도시디자인을 맡은 곳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이렇게 하기에는 춘천은 지금 새로 도심을 만든다고 해도 될 만큼 대규모 공사가 예정돼 있다. 

근화·소양동, 약사·명동, 교동·소양동, 조운·소양동을 단위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에 총 1천594억 원이 이미 투여되고 있거나 앞으로 1~5년 사이에 투여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많은 건축·조경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춘천의 도심 지역인데 그 풍경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시민들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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