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우리가 그들처럼 대우받는다면
[월요편지] 우리가 그들처럼 대우받는다면
  • 이충호 편집인
  • 승인 201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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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호 편집인
이충호 편집인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IS의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아름다운 개 K-9” 에게 쫓겨 더 이상의 탈출구가 막히자 “개처럼, 겁장이처럼” 죽었다. 적어도 트럼프에게 개는 상황에 따라 이롭거나 더럽거나인 존재다. 불행히도 이런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비단 트럼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K-9은 개과의 동물과 그 송곳니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CANINE을 발음 나는 대로 풀어쓴 것으로서 미군에서는 군견이나 그 핸들러(개를 다루는 병사)로 이루어진 부대를 가리킨다. 미군 체계에선 군견의 직급이 그를 다루는 핸들러 군인의 직급보다 한 단계 높다고 한다. 팀 일원으로서 군견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동료 군견의 신뢰를 얻으려 사육장에서 함께 잠을 자는 핸들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개 ‘코난’을 계기로 언론이 알려준 K-9에 관한 불편한 진실 두 가지는 우리의 잔인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진실 하나. 미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군견 약 4천 마리를 정글에 투입해 위험한 전투에서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살렸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빼면서 미군은 군견들을 현지에 내버려 둔 채 철수했다. 몇몇 핸들러는 개인적으로라도 군견을 고국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미군 당국은 전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억지논리로 군견의 본토 귀향을 막았다. 베트남전쟁에서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군견들은 쓸모없는 장비처럼 그렇게 베트남 현지에 버려졌다.

진실 둘. 군견 한 마리는 전시에 150~200명에 달하는 병사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전쟁터에서 활약할 수 없게 될 경우 안락사를 당해왔다고 한다. 이런 잔인한 처우는 2015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역한 군견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름다운 생명을 한낱 주변의 물건처럼 대우하는 문화는 우리 가까이에도 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80개가 넘는 동물을 주제로 한 축제가 특히 그렇다. 

2003년 이래 해마다 1월에 열리는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 화천군은 이 행사를 위해 화천에 서식하지도 않는 산천어 80만 마리를 전국 18개 양식장에서 들여온다. 축제를 앞두고 5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고 굶긴다. 축제 참가자들이 드리운 낚시에 ‘입질’을 좋게 하고, 구이 등으로 요리해서 먹을 때 깨끗한 내장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축제 첫날 17만 마리의 굶주린 산천어가 얼음 천장의 테두리 속에 가둬지고, 얼음판에 뚫린 2만 개의 구멍으로는 날카로운 낚싯바늘이 내려온다. 

3주 동안 80만 마리의 죽음으로 끝나는 ‘집단학살’을 ‘축제’라고 부르며 달려가는 사람들이 한 해에 150만 명이다. 굶주린 산천어는 미끼를 물고, 짜릿한 손맛을 느낀 축제 참가자는 팔딱팔딱 뛰는 산천어를 입에 물고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고, 축제 조직위는 성공한 축제로 홍보한다. 

인권만 부르짖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동물의 권리도 지켜주자는 시대다. 동물 애호가들의 주장은 채식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놀이와 오락으로 생명을 학대하고 즐기는 미친 짓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동물보호법에 있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동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에 동의하는가를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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