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상옥

노랑 단풍잎이 곱게 물든 신동면 실레마을입구에는 고즈넉한 분위기로 늦가을 정취를 한껏 뿜어내는 민속체험마을이 나지막하니 자리 잡고 있다. 김유정문학촌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고 있는 마을의 초가지붕에는 초겨울의 스산함이 내려앉아 옛 고향마을 같은 운치를 짙게 피워내고 있었다.

입구부터 흙벽으로 옛 느낌을 그대로 살린 민속마을체험공방으로 들어가니 10대 청춘들을 위한 도자기 체험수업이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도자기 컵에 예쁜 무늬와 그림을 집중해서 만들어 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상옥 도예가
이상옥 도예가

그 앞에는 빈티지한 짙은 회색의 앞치마를 두른 단아한 모습의 이상옥 대표가 학생들 지도에 정성을 쏟고 있었다.

멀리 제천에서 고등학생들을 인솔하고 오신 교장 선생님은 “주로 원주로 가는데 춘천에 이런 체험교실이 있어 이쪽으로 왔다”며 김유정문학촌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이런 체험장이 있어서 참 좋다고 했다. 고등학생들이 도자기 수업을 마치고 나가자 5분도 채 안 돼 에너지 충만한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홍천에서 왔다고 한다.. 젊은 인솔교사 역시 문학촌이 있는 마을이 주는 분위기가 좋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춘천을 떠올리는 여행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김유정문학촌이 빠지지 않는다. 춘천을 찾은 이들의 핫플레이스인 김유정문학촌은 춘천레일바이크와 연계될 수 있어 많은 젊은이들의 관광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대표는 강원도 양양군 시골마을의 과수원집 2남1녀중 외동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과수원에서 복사꽃을 보며 감수성 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때문인지 꽃을 너무도 좋아했는데 도예가로 들어선 계기도 거기서 시작됐다고 한다. 강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결혼 후 꽃을 심을 화분을 만들고 싶어 도자기를 배우게 된 것이 늦깎이 도예가가 된 계기다.

흙이 너무 좋았어요. 흙으로 도자기를 빚다 보면 11시간씩 물레를 돌려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도자기는 흙과 불의 예술이에요. 흙으로 그릇을 만들고 작품을 만들다가 김유정 문학에 등장하는 ‘점순이’도 만들게 되었어요.

도자기에 대한 열정은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4평짜리 공방을 만들었는데 그때 그 작은 공방에서 좋아하는 도자기를 원 없이 만들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여성기업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조금 더 큰 공방으로 발전시키며 본격적인 도자기 수업이 시작되었고 제자도 배출하는 등 도예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춘천시가 공고한 민속마을 체험방 공모에 그녀는 그간 노력해온 작품들로 지원해 경쟁을 뚫고 체험방에 입주하게 되었다.

김유정문학촌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내보였다. 문학촌이 생기기 전부터 실레마을의 매력에 빠져 몇 년간 산책하며 다녔다. 아마도 그 인연이 지금으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단다. 김유정문학촌의 초대 촌장이었던 전상국 교수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도 드러냈다.

“김유정문학촌은 전상국 선생님의 공이 커요. 그분은 강원대학교 국문과 교수님이었는데 대학시절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려 수강신청을 어렵게 한 적도 있었지요. 이곳에 와서 교수님을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수강생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체험자들도 늘며 그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개인 가마도 장만하게 되었다. 도자기를 시작한 이후 가마 들어오던 날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하며 미소짓던 그의 촉촉한 눈빛에서 그날의 벅찬 순간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체험방을 찾은 학생들과 도자기 수업 중인 이 대표.
체험방을 찾은 학생들과 도자기 수업 중인 이 대표.
수강생들의 작품.
수강생들의 작품.

김유정문학촌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지금도 대단하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프리마켓의 이름을 ‘려우’마켓으로 짓고 실레마을의 농산품과 춘천시내에서 활동하는 핸드메이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려우(麗友)’는 미려(美麗)한 친구들이란 뜻으로 아름다운 도자기를 지칭하는 그의 ‘려우도예’에서 따온 이름이다.  

마켓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수준 높은 상품이 많아지면서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한다. 오는 12월에는 레일바이크 측의 제안으로 레일바이크 휴게공간 안에서도 려우마켓을 진행할 예정이란다.

좀 피곤해 보인다는 말에 

"연탄봉사를 하고 왔어요. 려우마켓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연탄공장으로 성금을 보내는데 그 성금으로 연탄이 배정되어 오늘 그 연탄을 세 가정에 나르는 일을 했어요."

남을 많이 돕고 싶은 마음도 큰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은 도자기 수업을 통해 한 학생의 인성을 크게 바꿔낸 일이었다고 한다. 매우 산만했던 유치원생이 1년 정도 도자기 교실에서 배우고 난 후 도예가 길을 걸어도 될 만큼 재능이 발견되었고 성격도 차분해져서 모두들 놀라게 한 경험이다.

끝으로 그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체험학습방을 하다 보면 공간이 조금 비좁아서 불편함이 있어요.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도자기를 만들게 하고 싶어요. 차도 마실 수 있고 문화도 즐길 수 있는 갤러리 카페를 만들 거예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제자로 보이는 몇 사람이 공방 안으로 들어왔다. 꽃과 꽃차, 떡을 가지고 와서 마음을 나눈다. 사람냄새 구수한 인심 좋은 따뜻한 공방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든 도자기 찻잔에 담긴 주홍빛 메리골드 차를 한 번 더 우려내 마시니 차 맛에 따뜻한 인심이 묻어나온다. 누구보다도 춘천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춘천을 알리는 그의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꿈을 응원하며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여 나아가는 그의 삶에 찬사를 보낸다.

편현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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