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내 반 바퀴 7.5km 도는 데 18~26분
승객 거의 없는 시간에도 기다리는 시간까지 33~44분 소요
“얼어 죽으란 소리냐” … “나도 죽겠다. 쉴 시간도 없다”

춘천의 버스노선이 지난 15일 전면 개편됐다. 시민들이 개편된 노선과 새로운 환승 시스템의 도입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한 정류장에서는 ‘원래 집에 가던’ 버스를 타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계속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도 계셨다. 개편 초기의 당연한 결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느린 배차간격과 버스정보안내기의 부정확성은 분명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서울에서 강원대를 방문한 한 청년은 300번(청춘노선)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었지만 버스정보안내기에 17분 뒤에 도착이라고 떠 버스 타는 것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럭키A’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두 어르신은 30분 만에 버스가 오자 기사에게 “얼어 죽으라는 소리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기사는 “나도 죽겠다. 쉴 시간도 없다”고 말한다. 개편된 노선과 그것을 알려주는 앱 정보 사이의 불일치를 지적하는 시민들도 있다. 한 시민은 “앱에서는 버스가 도착한 것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오지 않은 경우도 있고, 앱에서 곧 도착한다고 표시된 버스가 반대 방향에서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혹시 앱에 버스 노선 정보가 거꾸로 입력된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퇴계동 방면으로 향하는 간선 100번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시민들.
퇴계동 방면으로 향하는 간선 100번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시민들.

이러한 상황에서 춘천 시민으로서 개편된 버스 노선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19일 화요일 오후 2시 35분, 남춘천역 환승센터에서 4개의 간선 가운데 하나인 100번 버스를 타기로 했다. 목적지는 후평동 종점. 근화동 방면을 지나서 가는 버스였다. 100번 버스는 춘천 시내를 순환하는 버스라 순환노선인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배차간격이 짧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버스는 쉬이 오지 않았다. 버스정보안내기에도 100번 버스에 대한 정보는 뜨지 않는다. 안내도우미에게 물어보자 간선 버스는 ‘잠시 후 도착’란에 주로 뜬다고 했다. 2시 50분, 15분을 기다린 끝에 해당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가 공지 사거리와 춘천역 뒷길을 지나 호반사거리 인근 호반환승센터에 다다른 시각은 3시 2분이었다. 봉의산 뒷길을 가로질러 후평동 종점에 도착한 시각은 3시 8분. 남춘천역에서 춘천 시내를 반 바퀴 돌아 종점까지 가는 데 18분이 소요된 셈이다. 해당 노선의 절반으로 총 이동 거리는 7.5km였다. 학생들의 하교 시간 전이라 그런지 버스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정류장에서 지체되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21일 목요일, 이틀 뒤에 다시 1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3시 20분에 남춘천역으로 나갔다. 지난번 탔던 버스와 반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남춘천역 육교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18분 만에 버스가 도착했다. 3시 41분에 퇴계환승센터에 다다랐고, 48분 강원대 동문, 53분에 강원대학병원 정류장을 지나, 4시 정각에는 후평환승센터에 도착했다. 종점에 도착한 시각은 4시 4분, 춘천 시내를 지난번과 반대 방향으로 반 바퀴 돌아서 가는 데 걸린 시간은 26분이었다. 지난번과 이동한 거리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8분이 더 소요됐다. 주택지구와 강원대 근처를 지나면서 더 많은 신호에 정체됐기 때문일 것이다.

100번 버스의 경우, 남춘천역에서 근화동 방면을 지나 종점까지 가는 데 소요된 시간은 18분, 버스를 기다린 시간까지 더하면 33분이었다. 남춘천역에서 퇴계동 방면을 지나 종점까지 가는 데 소요된 시간은 26분, 기다린 시간까지 더하면 44분이었다. 거리는 각각 7.5km 정도.

기자의 체험은 200번 노선으로 이어진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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