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의견 충분히 듣고 노선 개편했어야 했다”
후평사거리서 남춘천역까지 주행시간 ‘15분’, 실제 이용 시간은 ‘50분’
안내도우미, “아직까지도 시민들 익숙치 않아”…정류장 미정비도 여전

지난달 29일 금요일, 새로 개편된 춘천 버스노선 가운데 간선 200번 노선을 체험하기 위해 오전 10시 30분 거리로 나섰다.

‘서울로 가기 위해 집에서 나와 남춘천역으로 향하는 시민의 입장을 체험해 본다’는 나름대로의 설정에 따라, 춘천의 대표적 주거지역 가운데 하나인 후평동에 위치한 기자의 집에서 남춘천역 환승센터까지 가기로 했다. 날은 흐렸고, 전날과 달라진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저마다 옷깃을 여몄다.

집을 나와 은행에 들러 현금을 인출하고 편의점에 들러 교통카드를 충전한 뒤, 후평사거리에 있는 ‘포스코후문’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50분. 200번 노선 역시 100번 노선과 마찬가지로 순환노선이라 ‘신한은행 후평동지점’ 정류장에서 거두리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도 되긴 하지만 남춘천역으로 가기에는 더 먼 거리다.

11시 7분, 거리로 나온 지 37분 만에 원하던 버스가 도착했다. 해당 200번 버스는 11시 16분에 ‘봉의초교’ 정류장을 지나 22분에 남춘천역 환승센터에 도착했다.

개편된 노선을 달리고 있는 200번 버스의 내부 모습
개편된 노선을 달리고 있는 200번 버스의 내부 모습

‘포스코후문’ 정류장에서 남춘천역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에 불과했다. 총 거리는 3.5km. 하지만 집을 나선 시간부터 계산한다면 총 52분이 걸린 셈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배차간격이 여전히 긴 탓이다. 한 정류장의 안내 도우미는 200번 버스 역시 100번과 마찬가지로 배차간격이 20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재어봤을 때에도 그러했다.

시민들의 불만도 여전한 모양새다. 한 시민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노선을 개편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에 만났던 탑승객은 “인터넷이나 앱을 사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을 위해서 돈이 조금 들더라도 개편된 노선이 나온 홍보전단지를 집집마다 돌렸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명동에서 강원대 후문까지 매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는 한 친구는 “노선 개편 이후 항상 만차인 것 같아 버스는 쳐다보지도 않고 학교까지 걸어간다”고 말했다.

남춘천역 환승센터에서 만난 안내도우미 두 분은 “정류장에 있다 보면 노선 개편에 대해 나쁘게 평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반면에 자기 집 앞에 노선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춘천시가 노선 개편과 함께 정비하겠다고 했던 정류장 정비도 이뤄지지 않았다. 200번 노선의 ‘신한은행 후평동지점’과 ‘KBS방송국’ 정류장에 있는 ‘정류장 책방’은 방치되어 있었다. 

정류장의 위치도 시민들을 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듯 보였다. ‘KBS방송국’ 정류장은 차들이 속력을 내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음에도 버스의 정차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기까지 했다. 주거지역도 아니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곳이라 정류장이 해당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까지 들었다.

한편 지난달 19일 후평동 종점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포스코후문’, ‘봉의초교’, ‘남춘천역환승센터’, ‘로데오거리’, ‘강원지방경찰청’, ‘석사2지구A’, ‘후평환승센터’를 거쳐 종점까지 돌아오는 체험을 했을 때 소요된 시간은 50분이었다. 춘천 시내 13.5km 구간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린 시간이다. 기자의 체험은 300번 노선으로 이어진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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