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별〉 케스틴버그(Kestenburg) 국제학생연극축제 특별상 수상

춘천에서 활동하는 ‘극단 여우’의 박성호 대표는 춘천에서 나고 자라 30여 년을 연극에 몰두하며 살아왔다.

최근 그에게 기쁜 일이 생겼다.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보스니아 바냐루커 스릅스카 공화국 (Banja Luka REPUBLIKA SRPSKA)국립극장에서 열린 ‘2019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케스틴버그(Kestenburg) 국제학생연극축제’에서 연극 <별>로 작품상과 주연상(최은경)을 수상했다. 황순원 소설을 연극으로 옮긴 <별>은 죽은 어머니의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의 마음이 지나 온 편력을 표현한 작품이다.

‘극단 여우’ 박성호 대표가 ‘케스틴버그 국제학생연극축제’에서 특별상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극단 여우’
‘극단 여우’ 박성호 대표가 ‘케스틴버그 국제학생연극축제’에서 특별상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극단 여우’

“케스틴버그 축제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오랜 전통을 지닌 격년제 연극축제다. 2017년에 김유정의 일생을 그린 창작극 <봄이오면 봄이오면>에 이어 두 번째로 공식 초청됐다. 연속 두 번 초청된 경우는 아시아 극단으로는 처음이다. 연극을 자막과 함께 공연했고, 번역 책자도 배포해 이해를 도왔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상을 받은 게 처음이라 행복했다. 다시 가서 또 상을 받고 싶은 도전의식도 생겼다”라며 밝게 웃었다. 박 대표는 1987년에 공연기획을 하면서 연극에 입문했다. 그러다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 끝에 2007년에 ‘극단 여우’를 만들었고 2009년에 소극장도 마련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상을 받았지만 마냥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매 작품마다 문화재단 등의 지원에 의존한다. <별>은 강원문화재단의 ‘2019 문화예술교류지원사업’에서 받은 1천700만 원으로 연극도 올리고 해외페스티벌까지 정말 간신히 다녀왔다. 이번에도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했다. 다들 좋아서 하고 사명감으로 한다. 춘천시가 진짜 문화도시를 만들려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예술인들부터 살펴야 한다. 수 백 억 짜리 건물 짓기 전에 우리 안의 사람부터 챙겼으면 좋겠다. 또 춘천의 대다수 공연과 전시는 무료다. 이게 참 아쉽다. 서울에서 온 유명공연이나 해외초청작품에만 지갑을 여는 분위기가 정말 아쉽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소 어두웠던 박 대표의 표정은 지하소극장을 소개하며 다시 활기를 찾았다. “여기서 그동안 8편의 창작연극이 초연됐다. 12월 말에는 전상국 작가의 《우리들의 날개》를 무대에 올린다. 청소년들은 무료로 볼 수 있다. 춘천의 청소년들이 연극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창작극은 꾸준히 만들어 갈 것이고, 지역작가와 연계해서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문학작품을 연극으로 만드는 데도 애쓰겠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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