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아(시인)
금시아(시인)

어떤 지역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이 음식은 지역 문화 축제의 중요한 요소이자 문학의 다양한 텍스트로 응용된다. 춘천의 닭갈비는 마당을 나간 암탉, 그래서 명실공히 닭갈비 하면 춘천임이 입증된다. 그 맛의 무게 또한 이미 대중적이고 전국적이다. 

권혁웅 시인의 시는 리얼하다. 춘천의 한 닭갈비집, 불판에서 자글자글 익어가는 닭갈비를 앞에 두고 한 남녀가 마주 앉아 있다. 저 한 쌍을 외지에서 온 은밀한 커플이라 하자. 그들은 서로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곳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카페가 아니다. 현실 냄새가 바글바글 넘치는 닭갈비집이다. 

철판의 매콤한 닭갈비를 먹으면서도 여자는 이미 식어버린 다른 사랑 때문에 슬프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앞치마에 튀는 여자의 슬픔을 받아내는 정도이다. 남자는 속이 타서 찬물을 마신다. 그 물마저 셀프다. 그렇다면 저 그림은 일방통행하는 사랑이다. 서로 다른 사랑을 욕망하는 일방통행적 사랑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슬프고 아프다. 이때 단연 최고의 맛인 닭갈비는 현실의 가장 비애적인 사랑을 애도하고 있다. 실재적이다. 

권혁웅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다. 그는 전통적 서정시에 가까운 시풍을 유지하면서도 기지의 언어를 즐겨 사용하는 시인으로 불린다. 시인은 “사람과 부딪히며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관계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시인은 닭갈비집의 비애를 저렇듯 다양한 실재적인 표정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셀프 서비스 같은 야속한 사랑이 더욱 리얼한 이유다.  

안개처럼 모호한 사랑이 있다면 왠지 그 사랑은 죄인이 되어도 좋을 사랑이었으면 싶다. 사람 하나 맺으려고, 사랑 하나 세우려고 슬픔 찬란한, 뜨거운 철판에 눈물은 저리 고여 한 젓가락 들어 올리면 주르르 슬픔이 쏟아질 것 같은 그런 사랑이었으면 싶다.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이 닭갈비처럼 배합되어 아픈 사랑마저 용해하는 도시 춘천. 뜨거운 주전자처럼 가만히 손잡이부터 허락하는 그의 시는 낭만적이다. 그리고 리얼하다. 춘천은 무장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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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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