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춘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일은 춘천시 공무원의 전문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그 가운데 춘천시 예산액의 이월율과 강촌의 불법리조트 파문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어 볼 수 있다.

춘천시가 예산액을 매년 다 쓰지 못해서 다음 해로 넘겨주는 문제는 지난 2일에 열린 춘천시의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순자 의원이 제기했다. 상정 안건 심사를 시작하기 앞서 얻은 5분 발언을 통해 ‘춘천시의 전년 대비 예산 이월률이 최근 5년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에 국한된 사실은 아니겠지만 박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춘천시의 최근 5년간 예산은 해마다 증액되어오기도 했지만 그 이월율도 해마나 늘어나고 있었다. 예산은 2015년에 전년 대비 4.4%로 시작해서 2018년까지 6.1%, 15.0%, 18.1%의 증액률을 보였다. 이월률은 2015년 10.0%에서 9.2%, 9.0%를 거쳐 2018년에는 13.6%를 기록했다. 

어디에 어떤 돈을 써야 할지 미리 조금만 꼼꼼히 따져봤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주민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업을 제대로 발굴하기만 했더라도 크게 돈을 남기지 않았을 터인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전국 지자체 평균 8.4%보다 약 5%p 높은 이월률은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관련한 춘천시 공무원의 실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정준호 씨가 연루되었다는 의혹과 함께 보도된 강촌의 한 리조트가 벌인 다양한 불법 행위 역시 춘천시 공무원들의 실력이나 전문성을 의심케 한다. 리조트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들이 실제와는 다른 용도로 허가를 받거나 등록하지 않았음에도 춘천시는 보도가 있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비리와 관련한 한 매체의 보도가 있자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형사 고발, 변상금 부과 계획을 내놓았다. 비리에 공모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거나 비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수억 원의 예산을 해당 리조트의 완공에 맞춰 행사비용으로 지출했거나 둘 중 하나다. 전자는 부정이고 후자는 무능이다. 원상복구를 위한 행정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부정이라기보다는 무능이라 해야 할 듯싶다. 비리가 아니라 다행히 무능이라고 해야 할까. 암담한 실태다.

사실 춘천시뿐만 아니라 한국 공무원들의 무능과 이기적 행태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피아라는 말에 빗대어 중앙 공무원들의 부처에 ‘~피아’라고 불러온 지는 오래다.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다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는 문화, 전문영역을 고려하지 않는 승진체계와 잦은 순환보직 등으로 전문성마저 쌓을 기회가 적다.

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도 허술하다. 춘천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9급 지방직 일반행정직렬의 경우 지금까지는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지방행정 포함) 사회, 과학, 수학 중 2과목을 골라 임용시험을 치렀다. 지난 9월 과목이 변경돼 2020년부터는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2과목만 필수과목으로 정해 시험을 치른다고 하지만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 이들이 공직사회에 들어와 맡는 직무 분야는 너무나도 다양해 관련 법률 지식 습득과 견문 확대는 필수적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하급 공무원들이 새로 맡게 되는 직무와 관련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래서는 시민을 위한 정부가 구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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