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ㅓ산책전’ 마지막 순서로 최덕화 작가의 전시회가 터무니창작소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지난 5월부터 약사리 골목을 관찰하고 빈 집을 드나들며 수집한 버려진 벽지, 가구, 낡은 천장, 창문, 장판, 타일조각 등의 무늬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지 그곳만의 무늬가 있다. 작가는 약사리의 삶이 녹아든 옛 물건들의 무늬를 판화로 표현했다. 천연 염색천과 한지에 새겨진 실크스크린 4점과 볼록 판화 11점 그리고 회화 1점이 선보인다. 버려진 문틀이나 서랍 등은 작품을 담는 액자로 활용했다.

최덕화 작 〈창〉
최덕화 작 〈창〉

두꺼운 뿔테 안경 너머로 작가의 두 눈이 생각에 잠기며 “작품 제작 초반에는 아이디어를 찾아 즐겁게 돌아다니고 평소 해오던 대로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를 작품에 담았다. 그런데 작업을 하는 동안 이곳 할머니들과 친하게 지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내 자신이 약사리에 스며들었다.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부드러운 색채와 패턴 그리고 한지를 이용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친할머니 생각도 많이 들어서 할머니들에게 약사리 무늬가 담긴 방석을 선물할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최근 ‘근화동396’에 판화공방으로 입주했다. 작가 특유의 무늬가 담긴 생활소품을 만들고 팔 계획이다.

최 작가의 작품은 오는 11일(수)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기간동안 무료로 판화체험도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문화예술공동체 터무니맹글이 진행하는 2019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도시를 잇는 터무니’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글자 ‘ㅏ’와 ‘ㅓ’가 마주 보는 전시명은 마을과 주민들을 마주 보는 프로젝트라는 의미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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