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지금 어느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일까? 독재자의 전횡과 함께 나라 곳곳이 안 썩은 데가 없어서 끝내 4·19혁명을 불러일으켰던 제1공화국시절인가? 적시의 ‘빠른 대처’ 한 마디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이 땅의 수많은 청춘을 끝내 수장시키고 만 지난 정권의 어느 시기를 지나고 있는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말로는 시민의 정부라고 하면서 실제 나타난 결과는 춘천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와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명확하게 실체를 드러낸 세 가지 문제가 그런 생각을 지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허위 출장에 대한 출장비 부당지급문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춘천시 공무원의 청렴도 문제, 시장 관용 차량의 불법개조 문제가 춘천시민을 크게 낙담시키고 있다.

올해 중반쯤 스멀스멀 제보가 나돌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춘천시가 지난달 26일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정한 허위 출장 문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문제를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더 큰 문제였다. 실제 보다 시간을 늘렸는가 하면 아예 가지도 않은 출장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출장비를 청구했다고도 한다. 

총 5천 건이 넘는 청구에는 죄질이 나쁜 범죄행위도 포함되어 있는데 춘천시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부당 지급액을 전액 환수하겠다고만 했다. ‘위법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행과 착오에 의해서 지급 받은 것이므로 경미하다 판단해’ 별도의 징계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눈높이와는 너무 다른 판단이라 놀라울 정도다. 고의성이 짙은 이들을 골라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하려는 춘천경찰서의 판단과도 거리가 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청렴도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본 경험이 있는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얻은 외부청렴도, 공공기관의 공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부청렴도에 더해 전문가·정책관련자의 정책고객평가 설문조사결과와 부패사건 발생현황을 함께 고려한 종합청렴도에 있어서 모두 중간 점수인 3등급을 받았다. 국민들이 평가한 외부청렴도 등급은 작년의 2등급에서 한 등급 더 낮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허위출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서인지 공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부청렴도는 한 등급 올랐다.

‘호화 안마시트’ 장착으로 ‘황제 의전’ 논란을 불러일으켜 급기야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까지 한 춘천시장의 관용차 개조 문제는 춘천 시청에서 지금까지 만연해 온 부패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수 시장이 심한 허리 통증으로 종종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 문제로 이번 관용차 불법개조 문제가 다 덮어지지는 않는다. 

이 사장은 자신이 다 구체적으로 지시한 내용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알아서 했다고 변명을 했으나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법인지 미리 검토를 잘 하라고 지시했는데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처에 만연한 문제의 해결은 이 시장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우선 자신부터 춘천시정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 적합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깊이 되돌아보아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면 효과적인 답을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