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이재수 춘천시장의 관용차 문제가 일파만파다. 지난 9일 첫 번째로 나온 기사에는 3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10일의 해명 기자회견 이후에 올라온 2곳의 언론사 기사에 달린 댓글만 최소 5천 개가 넘었다. 급기야 10일 오후에는 ‘다음’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천140억 원을 허공에 날리고,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도 모르는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서도 이렇게 큰 관심은 없었다. 

대중교통 천국을 표방하며 50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된 버스노선개편과 시민버스의 출현과정에서 시민들의 반발과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안일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볼 시점에 전용차량 호화 불법 개조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경제 불황의 늪에서 시민들은 절박하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시장은 장거리 출장 시 불편하다며 새 차에, 호화 안마시트까지 더했으니 시민들의 불만이 오죽하겠는가? 불과 1년 반전 “시민이 주인인 춘천을 만들겠다. 공직자는 시민의 머슴이 되는 도시가 되겠다”며 표를 얻어 당선된 이재수 시장이니 말이다.

시장이 춘천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1천48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룻밤에 8억 원을 불꽃으로 날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춘천시의 입장에서 보면 낭비도 아니겠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이재수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 곳 외치고 있는 시정철학의 방향이다. ‘시민이 주인인 춘천’, ‘대중교통 천국’, ‘우리 안의 자원으로 행복한 도시’다. 불가능할 것 같던 대중교통 천국을 표방했고, 우리안의 자원을 통해 행복한 도시를 주장했다. 도저히 해결 가망성이 없을 것 같았던 환경공원 노동자 문제는 공론화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역대 이런 시장이 없었다며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의 여론 수렴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의심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수천억이 들어가는 춘천시 최대의 현안인 하수종말처리장 이전문제는 특정업체를 위한 민간 제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인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머슴인 시장은 풀 옵션에 호화 안마시트라니? 대중교통 천국을 만들겠다며 3대의 차량을 사용한다니? 우리 안의 자원으로 행복한 도시를 만든다며 장거리 출장이 많다니? 

문제는 이 사건이 터진 후 나온 해명과 후속대책이다. 불법 개조 된 사실을 몰랐고,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담당 부서에서 편리하게 고치겠다는 논의는 있었다며 에둘러 항변했다. 불법이 없는지 판단해 보라는 지시를 했다는 말도 해명에 더해졌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문제라는 반증이다. 시장은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려고 하는데 공무원들은 시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충성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문책을 받아야 할 담당자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원상태로 복구를 시키고 해당업체에게 돈을 돌려받았단다. 예산낭비를 하지 않았다는 핑계는 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갑질 논란을 부추겼다. 영세업자인 개조 업체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갑질 말고 다른 말이 없다. 

사건의 본질이 대형 사건 이면에 상존하는 인사문제일까, 말의 성찬으로 그치는 정책의 문제일까 알 수 없다. 다만 다른 지역이 가지지 못한 산과 강이라는 우리 안의 좋은 자원을 말하면서 그것과는 다른 정책이 입안되고 실현되는, 특정학교 출신이라거나 선거캠프에 있었던 사람이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필자는 이재수 시장의 시정철학에서 신선함과 춘천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보았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조건 없는 진정한 사과, 담당자 문책, 재발방지 약속을 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그 철학이 실현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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