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개인전 '설레는 몸', 12월 27일(금)까지 전시
몸, 먹거리, 자연환경으로 관심 발전하면서 '분홍 아이' 탄생

박은경작가의 10번째 개인전 ‘설레는 몸’의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분홍색 몸에 눈·코·입이 없는 아이를 그린 그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언뜻 기이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림 <설레는 몸> 연작의 캐릭터 ‘분홍 아이’이다. ‘설레는 몸’은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이자 동시에 출판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와 그녀의 36.5°》 등의 책과 ‘어느 날···오아시스’, ‘집세가 싼 동네’ 등 의 전시회에서 자신의 일상과 주변의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전해왔다. 이번 전시회는 그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박은경  〈설레는 몸〉
박은경 〈설레는 몸〉

작가는 ‘경력단절’ 화가였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자신의 탓이라고 책망하며 오랜 시간 붓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심정은 함부로 헤아리기 힘들다. 이번에 선보이는 25점의 작품들은 작가가 ‘사람 미치게 하는 병’이라고 말하는, 두 아들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매달린 10여 년 동안의 고통과 성장의 시간을 담은 그림들이다. 긴 터널을 슬기롭게 헤쳐 나와 단단해진 작가는 긍정의 시선으로 기쁨과 슬픔을 소박하게 담았다. 

‘분홍 아이’는 몸에 대한 관심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가며 탄생된 캐릭터라고 한다. “두 아들과 막내딸이 있다. 두 아들이 4살, 2살 즈음에 아토피 증상이 나타났다. 아토피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병이다. 아이와 부모가 겪는 고통과 인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10여 년을 눈물로 살았다. 단식, 풍욕, 자연식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서 치료했다.” 작가는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기로 결심하고 2006년에 서울을 떠나 춘천 사암리에 터를 잡았다. “사암리에서는 2012년까지 살았다. 지금은 학교 때문에 시내에서 살고 있다. 자연식만 가능했던 아이라서 학교급식으로 탈이 날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수월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지나온 삶속에서 자연스레 탄생한 것이 ‘분홍 아이’이다. 관객이 눈·코·입이 없는 분홍 아이와 동일시되어 스스로의 몸과 삶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작가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다시 그림을 시작한 후 10번째 개인전이다. 치열하게 작업을 해서 몇 번의 전시회를 열었지만 이번 전시회와 책이 더욱 각별하다고 한다. “아이와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 육아일기를 쓰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웠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건강해진 지금에서야 마침내 밀린 숙제를 해낸 느낌이다. 내 자신의 성장도 담고 있다. 모든 일상의 일들을 마친 후 잠을 줄여가며 작업을 한 탓에 많이 아팠다. 소홀했던 나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단식과 명상에 심취하게 됐다. 명상을 통해 화를 다스리고 몸과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를 이끌었다.” 앞으로 분홍 아이 캐릭터와 자연에 집중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작가는 “나에게 그림은 투쟁이다” 라고 말하며 치열하게 살고 있다.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서 “화가가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건 그림이다. 아르숲생활문화센터에서 매주 한 번 씩 미술동호회 ‘꿈꾸는 수채화’를 지도하고 있고, 강원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술수업 ‘그림일기’ 강좌를 진행했다. ‘그림으로 나에게 말 걸기’라는 테마였다. 그림은 어렵지 않다. 편하게 그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아이 키우는 고단함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듯이 화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박 작가의 전시회는 12월27일(금)까지 카페 ‘오늘춘천(시청길 22)’에서 열린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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