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시간엔 ‘만차’, 그 외엔 ‘공차’
간선이라기보다는 통학노선에 가까워
통학노선(지선)으로 바꿔 등하교시간 운행 늘리는 건 어떨까?

400번 노선은 간선 노선이지만 다른 간선 노선들과는 달랐다.

100번, 200번, 300번 노선의 버스들이 간선의 목적에 맞게 춘천시내의 굵직한 대로 중심으로 다니거나 춘천 시내를 한 바퀴 순환한다면, 400번 버스는 퇴계동 일대만을 한 바퀴 돈 뒤 거두리와 만천리, 장학리를 지나 곧장 신북읍으로 가버리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퇴계동에서 기종점인 신북읍 샘밭장터 정류장까지 향하는 노선 중간에 춘여고, 강원고, 강원중, 한샘고 등 여러 학교들이 있어, 400번은 간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퇴계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해당 학교들까지 데려다주는 통학노선(지선)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하교 시간이 아닌 때에는 버스가 텅텅 비어 운행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종점인 신북읍 샘밭장터 정류장을 돌아 나가는 400번 버스.
기종점인 신북읍 샘밭장터 정류장을 돌아 나가는 400번 버스.

버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등하교 시간에는 ‘만차’라서 불편하다고 했다. 버스 운행 시간은 길지 않지만,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버스로 등교하는 데에만 40분 이상이 소요돼, 촌각을 다투는 아침시간에 타기엔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택시를 타기도 하지만 버스 노선이 개편된 이후 급증한 택시 수요로 인해 택시 잡기도 힘들다고 한다.

기종점인 샘밭장터 정류장에 도착한 뒤 버스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샘밭장터 정류장은 회차지라 버스에 계속 타고 있어도 될 것 같았지만 스스로 눈치가 보여 내렸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퇴계동 방면으로 향하는 다음 버스가 온다. 

역시나 각 정류장에서 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장학리와 거두리 일대의 아파트 단지에서 남춘천역을 가려는 이들이 전부였다.

400번 노선의 개선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듯하다.

한 가지는 간선 딱지를 떼고 통학노선(지선)이라는 명칭 하에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만 지금보다 횟수를 늘려 운행하는 것이다. ‘공차’의 오명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하교 시간이 아닌 시간에는 남는 여력을 다른 노선에 투입하거나 다른 짧은 노선을 신설해 운행하게 할 수도 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간선의 목적에 맞게 400번 노선의 운행 구간을 늘리는 것이다. 신북읍과 장학리, 거두리 일대의 주민들이 남춘천역 뿐만 아니라 명동 등 춘천의 주요 거점까지 400번 버스 한 번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대당 운행 시간이 길어져 해당 노선의 일일 운행 횟수가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선 추가 재정 투입으로 해당 노선의 버스와 기사 확충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400번 버스의 운행 소요시간은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강원고등학교가 있는 장학교차로 정류장까지 20분, 기종점 샘밭장터 정류장까지 28분이었다. 배차 간격은 20분이다.

한편 아파트단지가 밀집돼 있는 투탑시티 정류장에서 가족보건원 정류장 구간에는 지나치게 많은 정류장과 신호등으로 인해 시내버스의 속도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이 점 역시 개선해야 할 사안 가운데 하나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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