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하늘소과에 속하며 1968년에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되었고 멸종위기등급 1등급인 곤충이다. 정답을 맞춰보시라? 그렇다. 바로 장수하늘소이다. 이렇게 귀하신 곤충의 유충이 올해 8월 춘천의 북산면 일대에서 발견 됐다. 손재덕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와 호서전문학교 손종윤 교수가 사슴벌레 생태 조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국립수목원이 관리하는 광릉숲 외에 다른 곳에서 발견된 것은 1969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그 귀함으로 따지면 천연기념물 ‘끝판 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1982년 초여름에 나는 장소하늘소 성충을 만난 적이 있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토요일, ‘그 분’을 분명히 만났었다. 토요일 오후 실컷 뛰어놀다 귀가한 후 혼자 늦은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는 툇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배가 부른 탓인지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붕~ 붕~’ 집안의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잠결이지만 또렷이 인식됐다. “왕벌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달아나는 잠을 애써 잡았다. 집 마당에는 포도나무, 앵두나무, 썩은 장미나무 그리고 많은 화분이 있어서 벌과 곤충들이 많이 날아왔다. ‘붕~ 붕~’소리는 점점 더 커져서 왕벌이 낼 수 없는 정도로 요란해졌다. 새의 푸드덕 날갯짓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커져버린 호기심이 잠을 이겼다. 눈을 부비고 일어나 주위를 살피니 썩은 장미나무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조심조심 다가가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으아~, 이거 장수하늘소!?” 손바닥 크기의 거대한 장수하늘소가 썩은 나무에 붙어 있었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 시절 온갖 곤충을 채집하던 터라 얼마나 귀한지 잘 알고 있었다. 달아날까 재빨리 움켜잡아서 플라스틱 채집통에 넣었다. 백과사전을 펼쳐 확인 또 확인했다. 틀림없이 장수하늘소였다. 탄성을 질렀다. 채집통 너머 녀석의 아름답고 압도적인 모습에 넋이 나갔다. 예쁜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받는 기분이 이럴까?  녀석은 채집통 창살을 뜯어버릴 기세였지만 탈출은 불가능할거라 믿었다. 채집통은 썩은 장미나무 옆에 두었다. 녀석을 위한 배려였다. 

솔 솔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두둑 후두둑 소나기에 잠이 깨어 비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장수하늘소 생각이 떠올라 맨발로 뛰어갔다. “어라, 어? 뭐야, 어디 갔지?” 없었다.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채집통의 한쪽 창살이 끊어져 틈이 벌어져 있었다. 장수하늘소의 괴력이 실감났다. 집안 곳곳을 모두 뒤졌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쇼생크탈출> 속 넋 나간 교도관처럼 한참을 툇마루에 앉아 비만 바라보았다. “낮잠만 참았어도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곧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다행이다. 데리고 있어 봐야 금방 죽었을 테니까···집에는 무사히 돌아갔을까?” 

저녁밥을 먹으면서 가족들에게 낮에 있던 일을 말했지만 어른들에게는 그깟 벌레 한 마리일 뿐이었다. 그날 밤은 쉽게 잠을 잘 수 없었다. 책상에 앉아 구멍 난 곤충채집통과 백과사전의 장수하늘소 사진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장수하늘소야 집엔 잘 돌아갔니?”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곤충채집은 그만두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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