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노 (춘천 호수권 관광안내사)
조리노 (춘천 호수권 관광안내사)

사람들은 쉴 수 있고 관광도 할 수 있는 주말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관광안내사인 나는 좀 다른 이유로 주말을 좋아합니다. 관광하러 온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입니다. 

언젠가 셋째 딸 윤영이가 지나가는 말로 “아빠,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니, 너무 힘들죠?” 라고 물었습니다. 살가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아니. 성당 미사 참례는 못하지만 내겐 사실 제일 행복한 날이야. 너한테 말해줬는지 모르겠다. 춘천역에서 두 정거장을 더 가면 김유정역인데 거기에 아빠의 일터인 관광안내소가 있지. 집에서 춘천역까지는 마을버스나 자전거 또는 차를 몰고 가지. 그런데 일요일엔 꼭 마을버스를 타고 가. 왠지 알아? 일요일엔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마을버스에 빈자리가 많아 편히 앉아서 갈 수 있고 차창 밖을 내다보며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거든. 그리고 춘천역에 내리면 내가 타고 가야 할 전철이 출발하기까지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난 전철을 기다리면서 편하게 읽고 싶은 책을 읽어. 전철이 도착해 올라타면 8분여 가량 타고 가는 동안에는 하루 계획과 일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지. 아침부터 이렇게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게다가 집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10여 분을 걷는 동안에는 마을 입구 길 위의 쓰레기를 주우며 간단다. 그러니 내가 조깅을 하는 건 아니지만 북유럽에서 시작됐다는 ‘플로깅’을 하면서 출근하는 셈이지. 일주일 동안 오다가다 보았던 마을 쓰레기를 깨끗이 내 손으로 치우면 마을 사람들도 좋아할 거란 생각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돼. 이렇게 즐겁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일터에 도착하면 환한 미소로 관광객들을 맞을 수가 있어 너무 감사해. 

멈추면 보인다는 말이 있잖니? 아직 어린 네가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겠지만 때론 삶에도 멈춤이 필요하단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속담처럼 내 영혼이 따라올 수 있게 천천히 걸어가면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천천히 사는 게 빨리 사는 거보다 낫단다. 아빠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이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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