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10월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안티고니쉬카운티에 있는 셰비어 대학의 코디국제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안티고니쉬 운동을 배경으로 1959년에 코디 박사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연구소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지역대학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사회적경제는 대학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셰비어 대학은 1920년대 코디 박사와 톰킨스 신부가 주도한 안티고니쉬 운동을 탄생시킨 곳이다. 당시 캐나다 동부는 농업, 어업, 광업에 의존하는 매우 가난한 지역이었다. 코디 박사와 톰킨스 신부는 대학이 높은 건물이 돼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와 어울리면서 지역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구자들은 초기에 지역에서 일할 대학생들을 육성했지만 대학생들은 지역에 남지 않고 대도시로 떠났다. 이들은 지역주민 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시 교수들에게 주민교육을 맡겼는데 교수들은 ‘세익스피어’만을 가르칠 뿐 주민의 실생활과 필요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선구자들은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전문화된 실용적인 성인교육을 위해 대학교 내에 교도부를 설립했다. 교도부는 대단위 지역주민 모임을 개최하면서 지역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을 키워줬고, 대학과 지역주민을 연결하면서 이론적 소양과 현장의 요구에 답을 줄 수 있는 지역리더를 양성했다. 당시 지역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 주도의 지역개발 수단은 협동조합이었다. 대학과 지역주민이 협력하여 만든 협동조합운동은 큰 성공을 거뒀고, 안티고니쉬 운동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안티고니쉬 운동은 다음의 6가지 원칙을 가지고 운영됐다. 첫째, (민주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개인이 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 둘째, 사회개혁은 (사람의 품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셋째, 교육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교육에서 시작돼야 한다. 넷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교육은 집단 활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다섯째, 효과적인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운동의 첫 단계는 경제적 협동이지만) 궁극적인 비전은 사람들이 외부의 힘에 구속돼 살지 않고,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서 보다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성취감을 느끼며 사는 것이다. 

코디국제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국가적 어려움에 처한 많은 나라에 영감을 줬고, 특히 한국의 신용협동조합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코디국제연구소는 제3세계 국가의 지역사회 교육 및 지역리더 양성에 전념하고 있으며, 1997년부터는 코디 국제 청소년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해 많은 청소년들을 다른 나라에 파견하고 있다. 연구소의 미션은 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주민이 주도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고, 그 방법으로 지역리더 양성,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조직화, 사회혁신, 다양한 지역공동체 프로그램(ABCD, 지역공동체회복탄력성, 지역고용활성화 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코디국제연구소는 지역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사회적경제조직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조직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민관산학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글로컬(glocal)한 자세를 중시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코디국제연구소 방문은 지역사회대학의 의미와 사회적경제 교육의 목적과 운영원칙,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배우고, 대학과 사회적경제의 적극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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