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지난달 전국의 농촌마을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의 모임이 있었다. 조직적으로 준비했다기보다는 각 지역에서 열악한 상황에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고 위로받고 소위 ‘통(通)’하는 사람을 만나고픈 갈망의 자리였던 것 같다. 

마을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고민과 힘듦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했다. 학교와 마을, 학부모 사이에서 우물과 같은 플랫폼에 대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실상은 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이리저리 치이면서 왜 이 일을 하나?’ 하는 자괴감에 충분히 지쳐가고 있었다. 아이들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고 돌봄이라 부르든 교육이라 부르든 상관없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리가 무르익고 밤도 깊어지고 마음 속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하나의 화두가 있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소위 ‘마을교육’의 끝은 무얼까 하는 잡히지 않는 질문과 불안감이었다. 

장수군에서 오신 마을선생님의 내년 계획에 귀가 번쩍 뜨였다. 일명 ‘굽은 나무 프로젝트’!!!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 마을교육을 통해서 마을아이들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장수군 고등학생들 중 도시를, 서울을 삶의 목표로 하지 않는 약 30%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장수군에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지역에서 살아가기’ 프로젝트인 것이었다. 소멸돼 가는 지역, 농촌의 현실에서 도시청년들을 유입하고자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투입대비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또 그렇게 내려온 청년들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나고 자란 곳에서 살아가는 고민을 하는 장수군의 ‘굽은 나무 프로젝트’는 마을교육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혁신적인 의제임에 틀림없다.

좀 더 상상의 이야기를 진전 시켜 보고 싶다. 실제 복잡한 사회구조와 시스템, 제도와 법에 가로막혀 있는 현실적 여건을 싹 제거하고 마을의 아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무한한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제안해 보려한다. 오늘은 도시로 몰려가는 여러 이유 중 ‘대학과 취업’이라는 측면에서 고민했던 것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단, 강원도에 있는 일반 국공립대학과 춘천교대 입학생의 일부를 ‘지역할당 장학생’으로 뽑자. 그리고 이 장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일정 수준의 채용기준을 만들어 지역에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자. 또, 일부 고등학교(예-농업고등학교) 출신 중 할당제를 통해 전공학과 관련 지자체 공무원으로 등용하는 것을 조금 더 확장해 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지역에 기반한 공기업, 사기업과 협력체계를 갖추고 지역 학생에 대한 채용률을 높이고 그에 따라 지자체가 기업에 인센티브와 각종 혜택을 주는 건 어떨까. 이외에도 지역청년들이 지역 농산업 등에 종사하거나 창업할 때 ‘지역청년 행복장학금(?)’을 주고, 임대아파트나 주거지원 등을 지원해 주는 방안도 있다면 좋겠다. 가능한 일일까? 

사실 이런 상상의 생각들이 작금의 현실에서 많이 무모하고 허황된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역과소화의 절박함이 허황됨을 넘어 마을의 아이들이 마을의 청년으로 남을 수 없고 신기루를 쫓아 어쩔 수 없이 도시로, 서울로 유배 가는듯한 이상한 현실을 바꿔볼 순 없을까, 하는 상상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결국, 마을교육을 한다는 건 ‘마을의 아이들로 커가는 것’ 그리고 ‘마을의 청년으로 살다가 마을의 어른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위한 작지만 위대한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불가능할지도 모를 꿈을 꾼다. 별빛아이들이 별빛마을 학생에서 농부로, 학교선생님으로, 마을선생님으로, 면사무소 공무원으로 살아가고 있을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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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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