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28년 정년퇴임한 정철수 씨

더 살기 좋은 춘천이 되도록 환경을 위해 애써 주시는 사람들이 있다. 묵묵히 밤낮으로 춘천의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환경미화원들이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온 지 28년. 지난 12일 춘천시청에서 열린 2019년 환경미화원 퇴임식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춘천 토박이 정철수 씨를 만나 28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쓰레기를 밤에 배출하고 나면 환경미화원들이 치워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날 시민들이 출근할 때 냄새가 나지 않는 깨끗한 거리를 걸을 수가 있습니다. 시민들을 위해 힘들지만 밤에 일하는 것이죠.” 정철수 씨는 봉급도 거의 없던 시절부터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했다. 가정을 위해 묵묵히 이 분야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년까지 28년 동안 환경미화원 자리를 지킨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춘천시장의 공로패를 들고 포즈를 취해 준 정철수 씨.
정년을 맞이하여 춘천시장이 수여한 공로패를 들고 포즈를 취해 준 정철수 씨.

처음에는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복지도 없었고 부당한 대우도 많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환경미화원들이 하나둘씩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묵묵히 목소리를 내 지금과 같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억울한 일도 많았고 사람 취급도 못 받았지만 노동조합이 생기고 점점 우리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을 뽑을 때 아는 사람을 채용해주는 방식으로 규정도 없었고 비리도 많았죠. 위에 상관에게 잘 보이면 승진을 할 수 있으니 당시 가장 약자인 환경미화원을 밟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서 결국 환경미화원도 공채라는 것이 생겼어요.

정철수 씨는 좋은 곳으로 발령이 나기 위해 상관에 대한 대접과 수발을 일삼던 시절에 노동조합 조직부장을 맡으면서 동료들을 위해서 바른 소리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외곽 서면으로 쫓겨난 적도 있다고 한다. 멀고 자주 바뀌는 근무지 때문에 근무조건을 개선하자고 건의한 것이 이런 화를 일으켰다. 

처음 환경미화 업무를 할 때는 업무를 밤 11시부터 시작해야 했고 하룻밤 새 많게는 쓰레기차 14대를 채워야 하는 힘든 시절을 겪었다. 환경미화원을 위한 장갑, 옷, 장비도 제대로 없었으며 종량제 봉투도 없어서 쓰레기의 양이 더 많았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니 근무 시간도 환경미화원들의 가정생활을 위해 오전 5시~9시, 오후 1시~5시로 바뀌고 법으로 정해진 8시간 근무도 지키게 됐다고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연말연시나 야간 업무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위험한 기간과 시간이다. 송년회가 잦은 이 기간에 사람들의 음주운전으로 환경미화원들의 사망 사고 소식도 간간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일부러 사망에 이르기까지 두세 번 차로 밟고 지나간 살인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시민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한 일들도 많았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 하루는 군화가 다 젖도록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술집에서 고생한다고 차를 대접해 줄 때 사회가 각박하지만은 않고 훈훈한 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환경미화원 개인 업체들이 없었고 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모든 업무를 도맡아서 했다. 그럴 때면 반장들이 집집마다 돌면서 양말이나 필요한 물품을 모아서 잠도 안 자고 기다리다가 건네주곤 했다. 이런 작은 성의를 표해줄 때 ‘인정이 있구나, 아직 정이 있는 사회다’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는 지금 동료들과 후배들한테 말합니다. 힘든 시절도 겪었지만 예전보다 복지가 좋아졌고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제도도 많이 생겼으니 우리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요. 우리도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춘천시민들이 챙겨주신 것에 응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복지가 좋아지자 시민들의 정은 오히려 없어졌다고 한다. 수고한다는 표현도, 감사하다는 말도 없어졌고 오히려 시민들 사이에서 억울한 일이 있어도 다툼이나 언쟁이 생기면 시청에 바로 민원을 넣기 때문에 웬만해선 아무 말 안 하고 묵묵히 일해야 하는 현실이란다.

환경미화원들이 시민들을 위해서 거리 청소만 하는 게 아니다. 정철수 씨는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도 동료들과 같이 양로원과 봉사기관을 찾아다녔다. 조합비와 더불어 봉사비도 같이 걷어서 봉사기금도 하고 빨래, 목욕, 김장 등의 봉사활동도 기회 되는 대로 했다. 6·25전쟁을 참전하신 한 어르신에게 돌아가실 때까지 도움을 드리기도 했고 거두리 ‘기쁨의 집’에도 봉사를 5년 동안 했다. 욕창이 있어서 힘드신 어르신들에게도 목욕 봉사도 했다.

지난 12일 춘천시청에서 열린 ‘2019년 환경미화원 정년 퇴임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정철수 씨.
지난 12일 춘천시청에서 열린 ‘2019년 환경미화원 정년 퇴임식’. 일어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사람이 정철수 씨다.

“저희가 일을 해서 돈을 받지만 전부 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우리가 월급 받은 거 아니겠어요?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을 위해 봉사로 환원해야죠. 서로가 돕고 도와 사회에 환원하는 겁니다. 시민들에게 받은 것을 우리도 형편이 어려운 시민들과 함께 나누지요.” 

현재 시청 소속 환경미화원은 120여 명이며 춘천에서 종사하는 환경미화원은 300명에 가깝다. 

‘깨끗한 춘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정철수 씨. 이제는 춘천시민의 한사람으로 환경과 시민들을 위해 부탁한다. 

춘천에 쓰레기 문제가 많다보니 보다 살기 편하고 깨끗한 환경을 위해서 우리 모두 주인정신을 가지고 분리수거와 쓰레기 배출을 잘해야 합니다. 특히 무분별하게 쓰레기가 버려지는 대학가는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서면에서 근무할 당시, 편하기 위해서 쓰레기 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한 단체를 발견했다. 사람들을 이끄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은 본이 되고 있지 않았다. 이것을 발견하고 제대로 된 분리수거를 요구했지만 처음에 돌아온 반응은 ‘전처럼 편하게 할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타박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분리수거와 환경보호를 위한 요구가 계속되자 결국 그 단체는 분리수거에 동참하게 됐다고 한다.

“사람의 감시가 없거나 검사를 하지 않아도 지성인답게 솔선수범으로 환경을 위한 각자의 일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정철수 씨. 이제는 더 이상 환경미화원은 아니지만 마음속에는 깨끗한 춘천을 위해 일하는 영원한 환경미화원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는 시민들을 위한 봉사자로, 환경을 보호하는 시민으로, 지금까지 그가 닦고 쓸어 온 춘천의 그 길보다 더 빛나는 앞으로의 새로운 그의 인생 28년을 응원하고 기원한다.

성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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