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아(시인)
금시아(시인)

시인은 춘천을 어떻게 보고 느낄까? 무슨 감성일까? ‘시인, 춘천을 읽다’에서는 춘천을 노래한 외지 시인을 찾아 그 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횟수가 더해갈수록 점점 어려운 숙제에 봉착한다. 그러다가도 뜻밖의 춘천 詩를 만났을 때,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랴. 나의 ‘춘천 詩 찾기’는 어려움이자 즐거움의 공부가 아닐 수 없다. 

박정대 시인의 시 ‘네가 봄이런가’를 낚아 올린다. 마우스가 활처럼 전율한다. 월척이다. 사실 시인의 시 제목 ‘네가 봄이런가’는 김유정 수필의 제목이다. 유정은 점점 깊어지는 병상에서 설을 맞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날씨조차 새날 같은 설날, ‘네가 봄이련가’ 한다. 그러나 나가고 싶은데도 “아, 아, 이놈의 병이” 하면서 불현듯 눈물을 내비칠 뿐이다. 시인은 왜 하필 김유정의 수필 <네가 봄이런가>를 시의 제목으로 썼을까? 

박정대 시인이 소설가 김유정에게 보내는 시, 참 궁금하다. 

어느 봄밤, 시인은 꿈을 꾼다. 문득 네(유정)가 보고 싶어 한달음에 실레 마을로 간다. 그 길엔 생강생강 생각들이 구름처럼 피어나고 구름생각은 또 어디로 흘러간다. 그토록 아프게 짝사랑한 녹주며 봉자는 이젠 실레마을을 밝히고 있다. 시인은 산골 나그네처럼 유정이 심었을 법한 큰 느티나무에 기대어 별을 본다. ‘사랑한다, 슬프다, 사랑한다’ 중얼거리면 봄 속에서 돋아나는 또 다른 봄이 있다. 시인은 시인한다. “유정, 정녕 네가 봄이구나!” 

시인이 봄꿈속에서 훌쩍 다녀간 실레마을은 전체가 김유정 작품의 산실이자 현장이다. 폐결핵으로 병마와 투병하다 외롭게 숨을 거둔 김유정은 29세로 요절할 때까지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발표했다. 금병의숙의 느티나무처럼 유정은 지금도 실레마을 이야기 길을 유유히 산책 중이다. 

박정대 시인은 한국 문학계에서 우리 시의 낭만주의적 정신을 가장 순도 높게 구현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혁명’이나 ‘노동’과 같은 자신의 과격한 시어의 잦은 등장에 대해 시인은 “내 시에서의 혁명이란 정치적 혁명과는 거리가 멀어요. 궁극적으로는 ‘감정혁명’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정말 가장 낭만주의적인 시인으로 지칭될 만하다.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 바쳐 격렬할 필요도 비열할 필요도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청춘을 ‘격렬비열도’에 비유했다. 그리고 ‘격렬비열도’처럼 살다 인생의 아침에 떠난 소설가의 청춘을 ‘네가 봄이런가’며 숭배하고 있다. 

사계절 내내 실재하고 있는 실레마을의 저 고독한 봄,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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