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을 기념하여 춘천시민들은 다양하게 한 해의 건승을 빌었다. 가족은 함께 모여 단란히 둘러앉아 떡국 등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었는가 하면 이런저런 단체에서는 산이나 바다로 가 신년에 떠오르는 해를 ‘새 해’로 기리며 다양한 염원이 실현되길 소망했다.

이재수 시장도 신년사를 내놨다. “춘천에서 땅기운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서면의 신숭겸 장군 묘역에 가서 “뜻있는 해맞이 행사”를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땅기운의 타당성은 입증할 수 없지만 춘천시의 멋진 새해를 기원하는 마음만큼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이어지는 내용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했다.

신년사는 춘천시정의 큰 비전을 행복도시 구현에 두고 ‘시민주권’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두 축으로 하여 실현해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선거의 공약을 내걸 때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기조다. ‘시민주권’이라는 축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성과를 내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축은 춘천에 이미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자발적 참여를 위해서는 협동조합 지원과 육성, 노동 등 사회적 약자 존중, 공동체와 숙의 민주주의 환경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춘천에 이미 있는 자원으로는 농업, 문화·예술인, 자연친화형 환경을 거론하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연말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된 사실,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대마산업 육성 등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시민의 신뢰”에 시정의 바탕을 두겠다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 신년사는 얼른 보면 잘 정리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시민들에게 새해 좋은 이야기로 인사를 나누고자 해서 빠뜨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모르고 놓쳤거나 일부러 뺐다면 큰 문제가 아닐 없는 내용이다. 바로 공직자의 의식과 관행에 관한 언급이다. 

시장이 신년사에서 쓴 바와 같이 “이전 시정부의 지향점과는 방향 자체가 전혀 다른” 좋은 사업을 아무리 많이 제안하더라도 실행되지 않거나 엉뚱하게 실행되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한 데 그 핵심인 공무원 사회의 의식이나 관행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널리 알려지고 있는 바와 같이 일이 성공적으로 잘 되려면 구조, 관행, 의식이라는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시장이 인사나 조직개편, 조례 제·개정을 통해 구조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행이나 의식이 뒤따르지 못하면 허사가 된다. 

‘관행이어서 미처 생각 없이’라는 변명이 붙은 시장의 관용차 불법·호화 개조 사건. 안이 확정되기 전 공청회만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의 시험 이용 등과 같은 구체적인 검토과정을 거쳤더라면 개악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 버스 노선 개편. 이전이 불가피한가 하는 의구심이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전을 전제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민간자본으로 충당하겠다는 하수종말처리장. 공청회를 열자는 요청에 대해 연구용역결과가 나온 뒤에 하자는 이야기는 그렇다 치자. 이용료가 높게 책정된 경춘고속도로나 최장 9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강원도의 부담만 늘린 중도의 레고랜드 건설 등의 교훈은 민간자본에 대한 의식이나 관행 측면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의암호를 중심으로 ‘물의 도시 봄내’라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2038년까지 9천억 원을 들여 조성하겠다고 지난해 4월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일도 비공개 관행이나 의식과는 과연 별개로 치부해도 될까.

이런 의문이 모두 기우로 밝혀지는 새해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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