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록이다. 시간과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터무니창작소 22일까지…작가와의 대화, 15일 오후3시

현재 약사동에는 고층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오래전 그곳에 ‘춘천교도소’가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옛 춘천교도소 안팎을 기록한 희귀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 류은규 작가의 ‘춘천교도소 100년의 기억’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류은규 작가는 중국 연변대학교 사진과 교수이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사진전공 교수이다. 춘천이 고향도 아니고 춘천에서 활동하지도 않지만 그는 사진으로 춘천에 큰 선물을 남겼다.

전시회를 기획한 ‘터무니맹글’의 김영훈 작가는 “약사동의 옛 모습과 기록을 다룬 전시회를 기획하던 중 동네 어르신에게서 옛 춘천교도소에 대해 알게 됐다. 관련 자료를 찾다가 류은규 작가가 작업한 희귀한 사진들의 존재를 알게 되어 전시회를 열게 됐다. 지역의 귀한 역사적 자료이며 잊고 싶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기록이다”라고 전시회 취지를 밝혔다.

춘천교도소는 일제 강점기인 1909년 약사동과 봉의동 일대 경성감옥 춘천분감으로 출발해 1923년 서대문형무소 춘천지소로 이름이 바뀌었고 1946년 춘천형무소로 승격, 1961년 다시 춘천교도소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후 1981년 7월, 현재의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로 옮겨졌다. 특히 이곳은 양구 출신 의병장 최도환 등이 투옥 중 순국했던 장소이며 미군정 시기에는 ‘폭동 음모사건’ 등 좌우익의 극한 대립이 펼쳐졌던 장이기도 했다. 또 1970~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투옥돼 2년여 수용생활을 한 곳이기도 하다.

류 작가는 “13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예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도 새로 인화해서 공개했다. 모두가 옛 춘천교도소의 유일한 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내 것이 아니다. 춘천과의 공유물이다. 그래서 제의가 왔을 때 흔쾌히 응했다. 이 사진들은 춘천에 남아야 하는 기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촬영당시 이야기를 물었다. “큰아버지께서 교도소 정문 앞에서 ‘원성상회’라는 미곡상을 하셨다. 명절 때마다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교도소 내부가 궁금했다. 멸시의 공간이고 금단의 영역이어서 다들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풋내기 사진과 대학생으로 호기심 가득한 시기여서 내부를 촬영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냉혹한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이니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던 중 1981년 거두리로 이전하면서 교도소가 텅 비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부랴부랴 춘천에 왔고 경비원을 찾아가 수차례 간청을 했다. 큰어머니도 도와주셨다. 이후 경비원이 은퇴한 후에 공개해야 한다는 약속과 함께 정말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 

류은규 작가가 21살 대학생 시절 호기심과 두려움을 안고 촬영한 ‘춘천교도소’사진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류은규 작가가 21살 대학생 시절 호기심과 두려움을 안고 촬영한 ‘춘천교도소’사진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2월 추운 겨울이었다. 3차례 한 번에 30분씩 들어가서 촬영했다. 호기심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촬영을 마쳤다. 이유는 단 하나 기록에 대한 사명감이었다. 대학 2학년 스물한 살 때였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때의 내가 기특하다. 역사를 기록했다는 기특함 말이다”라고 회상했다.  

사진에 대한 철학을 묻자 잠시 뜸을 들이고서 “경비원이 은퇴하고도 한 참 지난 2009년에 우연히 춘천교도소 개청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이제 공개해도 될 때가 왔구나 싶었다. 그때 처음 공개했다. 법무부에서 깜짝 놀라서 연락을 해왔다. 사진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으니 당연하다. 이 사진들은 냉혹한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았다. 결국 사진은 기록이다. 시간과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사진을 찍을 때면 묻는다. 오래 남을 수 있는가? 인문·사회적·사료적 가치를 갖고 있는가?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 가치를 갖고 오래 남을 작업 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터무니창작소 (약사동94-5)에서 22일(수)까지 열리고, 작가와의 대화는 15일(수) 오후3시부터 같은 곳에서 열린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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