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낙수] 학교급식관계자들 분노 심상치 않다
[취재낙수] 학교급식관계자들 분노 심상치 않다
  • 홍석천 기자
  • 승인 2020.01.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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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통합지원센터 가동 두고 학교 관계자들 다양한 불만 토로
학교서 바로 조리 가능토록 하겠다…센터엔 전처리실도 없다
현재 센터는 친환경 제품을 개봉할 수 있는 자격조차 없다
최초 수수료 10%, ‘임시’로 낮추기는 했지만 논의 필요

지난 9일 춘천시는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시범사업이 성공적이었고 앞으로 순항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하지만 그동안 취재를 통해 센터와 학교급식관계자들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본 기자로서는 ‘이렇게 쉽게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라는 의문부터 들었다.

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몇몇 학교의 영양교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걸어와 그간의 상황과 문제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가장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는 부분은 시가 전혀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몇 차례 만남이 있었고 문제점을 호소했지만 늘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식의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조만간 해결된다’라는 말에는 현재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내포해 있다. 교사들이 “해결할 것이 있다면 먼저 해결하고 사업을 시작해야지, 왜 시작부터 하고 해결하려는 것이냐”고 따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교사들은 춘천시가 지역 농가를 살리면서 학생들에게 싸고 질 좋은 식자재를 제공하겠다는 거시적 관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센터가 무턱대고 사업을 시작하면 아무리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좋은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사진은 (재)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홈페이지. 센터의 설립배경에는 "춘천 지역의 먹거리 환경은 시장논리에 잠식되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 및 안전성의 확보라를 측면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사진은 (재)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홈페이지. 센터의 설립배경에는 "춘천 지역의 먹거리 환경은 시장논리에 잠식되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 및 안전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영양교사회에서 밝힌 현재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최동용 전 시장 임기 중에 처음 시로부터 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역 농산물 10가지 품목만을 지원하는 로컬푸드센터로 제안이 왔다고 한다. 지역 농민을 돕고 싸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제도여서 영양교사들은 찬성했다. 다만 위탁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공급식에는 직영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이재수 시장이 당선되고 직영으로 전환된다고 밝혀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춘천 농산물을 취급하는 로컬푸드센터가 아니라 춘천과는 관계없는 수산물, 공산품까지 모두 한곳에서 제공하는 먹거리통합센터 운영방식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제기한 세부적인 문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가장 코앞에 닥친 문제는 식재료가 불량이거나 조리하기 매우 불편한 상태로 배달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일단 농가는 마치 도매시장에 넘기듯 손에 잡히는 대로 넘길 수밖에 없다. 규격을 세분화하도록 농가를 대상으로 규격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하겠지만 농가가 일일이 소매점처럼 검수할 수는 없다. 그러한 역할을 센터가 해야 한다. 애초에 시가 약속한 바로는 학교에서 바로 조리가 가능하도록 센터측이 세척·검수를 완벽히 해서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센터에는 전처리실(세척실)이 없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센터는 친환경 제품을 개봉할 수 있는 자격조차 없다. 친환경 제품은 아무나 개봉해서 소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친환경농산물 취급자 인증 자격이 필요한데 센터는 아직 자격이 없다. 따라서 농가에서 보내온 친환경 농산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검수할 수도 없다. 즉 전문가가 부재한 상황이다.

또 아무리 지역 농산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가장 우선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인데 주종이 바뀐 것도 문제다. 가령 배나 당근의 경우 맛이나 영양이 월등한 지역의 제품이 있다. 그런데 센터에서 공급하는 물품만 사용하다보니 그런 부분은 놓칠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최초 일방적으로 물품에 10%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학교 측의 반발을 샀다. 이후 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것도 ‘임시’라는 단서가 붙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표준급식비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현금·현물의 제공 방식도 뚜렷하지 않다.

무엇보다 ‘춘천시 지역먹거리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의원,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5명 이내의 ‘공공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학교급식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앞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으로 보인다.

교사들이 원하는 바는 간단하다. 학생들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확실한 것부터 한 발자국씩 나가자는 것이다. 농산물로 시작해 수산물, 공산품으로 점진적인 확대를 해가면서 학생 수 등 처한 환경이 다른 각 학교의 상황을 고려하여 가능한 학교부터 점차 늘려가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교사는 “시에서는 시범운영기간동안 얼마의 경제효과가 있었다는 등 떠들지만 어른들의 욕심으로 아이들의 식사를 망가뜨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수 시장의 전반적인 농정철학에는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당장 먹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먹거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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