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시장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통해 시장직을 유지하게 되었다. 앞으로 2년여의 시간 동안에는 적어도 선거법과 관련한 잡음은 더 없을 것이고 이를 걱정하여 어떤 일을 도모하지 못할 일도 없게 되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500만 원 벌금형에 처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고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9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때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지만 지난 9일의 판결로 불확실성은 확실히 제거되었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일 경우에는 당선이 무효로 되기 때문에 90만 원이라는 액수가 어느 정도 불안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반적·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하여 개방된 공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시청 각 과 사무실 방문’은 유죄이긴 하나 시장직을 박탈할 만큼 범죄가 무겁지 않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용했다. 선거 토론 방송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대해 부정하는 내용으로 대답한 사실도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항소심의 견해에 공감했다. 종합하자면 항소심 판결문에 적시된 바와 같이 대법원 역시 ‘이런 정도의 범죄가 50.1%의 득표율로 2위와 11% 정도의 격차를 벌인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른 뜻에서가 아니라 혼란을 벗어날 수 있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시민의 정부’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시정 철학이 이제 조금 공직사회나 시민사회에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는데 다시 시장을 뽑아야 했다면 지난 1년여의 시간을 완전히 버리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시민의 정부’라는 시정 방향이 옳지 않았다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참으로 큰 재앙이 되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정 반대다. 간혹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시장직이 박탈될 수 있는 재판을 앞두고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도 했던 사정까지 감안하면 다행스런 느낌은 더해진다.

하지만 염려가 없지는 않다. 재판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시장은 “그동안 심려와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 합니다”고 하면서 “시민 주권 시대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욱 매진하겠습니다”고 했지만 안심이 안 된다. 다 잘 하려고 한 일들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치달아버린 사례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의 칭찬이 아니라 원성을 듣고 있는 버스노선개편 문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승자가 되리라 생각해 시작했지만 ‘봄의 대화’라는 공론장에 폐지를 요구하는 탄원이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지역먹거리통합센터를 통한 학교급식 문제. 지난 6월에 열려 시민주권위원회 위원들로부터 ‘의도는 좋으나 용역업체의 역량만 키울 일’이라는 평가를 얻은 ‘행복주권 정책박람회’ 문제. 심의를 마치고 나온 위원으로부터 “노력에 대한 회의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은 재정계획심의위원회 문제 등. 다 열거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정말 진심으로 시민 주권 시대를 열어가고 싶다면 ‘무엇을’에 쏟는 관심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어떻게’에 관심을 가지고 시정의 실제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인사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잘 다지는 일도 정치인으로서는 소홀히 할 수 없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성과가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이 다 허사가 된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될 지금까지의 경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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