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나비소셜컴퍼니 CSV디자인연구소장)

지난해 가을 ‘미스 럼피우스’를 만났다. 그림책의 제목이자, 그림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꿈을 꾸는 여성 협동조합 창업 준비팀 이름이기도 하다. 

그림책 속의 미스 럼피우스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하신 것을 기억에 담아 도서관, 식물원, 정글, 사막 등 세상의 낯선 곳들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경험과 꿈을 키우는 여주인공이다. 늘 호기심과 새로움을 마주하며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여행 중 발견한 루핀꽃 씨앗을 마을 곳곳에 뿌리며 다니는 일을 계속한다.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늙은 여인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아름다운 루핀꽃으로 가득한 마을이 되면서 ‘루핀 부인’으로 불리게 된다. 소원하던 바닷가의 작은 집에 사는 나이든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이들과 세계를 다녔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라는 말을 전한다. 

그림책은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아주 작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것부터 만들어가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해주었다. 실제 ‘미스 럼피우스’ 팀도 그랬다.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조금씩 변해갈 우리 지역의 모습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민들레 126호에서는 ‘함께 읽기의 힘’에 대한 다양한 글이 실렸다. 독서모임을 통해 배움을 찾아가는 여러 경험과 깨달음들이 어떻게 스스로와 서로를 변화시켰는지 돌아보는 이야기들이 책장에 꽂힌 책들로 다시 시선을 향하게 했다. ‘앎과 삶, 그 끝없는 오디세이’편에서는 현재까지 10년째 마을 인문학을 탐색하며 ‘문탁네트워크’와 ‘길드 다(多)’라는 청년공동체를 함께 하고 있는 이희경 씨의 여정이 여러 질문을 던져주었다. 주어지는 배움이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글 읽기의 경험이 알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아는 것을 행하며 살기 위한 삶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 밖에서 배움을 깨우치게 된 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지식활동에 희열을 느꼈지만, 아는 것이 현실의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음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했다. 이후 ‘문탁네트워크’에서 배움의 차이와 방식이 다양한 사람들과 어설프게 시작한 세미나로 ‘함께 읽기와 에세이 쓰기’를 해온 것이 십 년. “평범한 사람들의 읽기와 쓰기를 통해 ‘삶에서 소외되지 않는 앎’의 가능성과 삶만큼이나 앎도 집합적이라는 사실을 몸소 확인하면서 서로의 삶에 우정이 깃든 단단한 앎과 삶의 공동체가 되어갔다”는 이야기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도 ‘우리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어떻게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는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금씩 더 나아져가고는 있지만, 개인이 온전히 이루어낼 수 없는 길이라는 것도 잘 알기에 스스로가 우리가 되어 ‘함께 읽기’를 일상화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미스 럼피우스’ 팀과 꿈꾸듯 이야기했던, 아이부터 노인까지 그림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꿈꾸는 사람들이 그 꿈을 담은 책을 서로 건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앎으로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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