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젊은 시선’ 끌지 못하면 부활도 없다
전통시장, ‘젊은 시선’ 끌지 못하면 부활도 없다
  • 홍석천 기자
  • 승인 2020.01.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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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 도깨비시장, 방화동 방신시장 관찰일기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매년 대형마트의 매출이 30% 가까이 성장하는 동안 전통시장의 매출은 오히려 7%씩 감소되고 있다.

춘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활성화를 꾀하고, 비가림시설도 설치하는 등 그동안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 춘천의 전통시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원래 시장을 이용하던 사람이 아닌, 젊은층을 끌어들이는데 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정부도 지난 13일 방학동 도깨비시장과 서울 방화동의 방신시장을 방문해 견학하고, 지난 14일에는 전통시장 고객편의시설 건립과 관련해 공공건축가의 자문을 구하는 등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춘천사람들》은 시민, 혹은 이용자의 시각에서 전통시장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방신시장과 방학동 도깨비 시장을 방문해 두 곳의 시장을 면밀히 관찰해 봤다. -편집자 주

 주차장 
 “시장의 제1성공요인은 아니다”

춘천에서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도깨비시장 지하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춘천시에서 특히 고객편의시설을 눈여겨본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심 으리으리한 주차장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도착하고 보니 춘천의 여느 시장에 설치된 주차장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낙후된 편이었다. 건물도 노후했고 주차공간도 좁았다. 

방신시장의 경우에는 더 열악했다. 주택가에 조성된 15칸 정도의 노면 주차장이 전부였고 주차비도 현금으로밖에 받지 않았기 때문에 주차비를 내기위해 현금인출기를 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흔히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주차장’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주차장이 시장의 성공요인의 전부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용객 
“젊은이를 끌어들이는 맛이 있어야”

지하주차장에서 걸어 올라오니 과연 도깨비시장은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설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먼저 가장 눈에 띈 것은 연령층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젊은층이 무엇을 구매하는지 관찰해 보니 거의 분식 따위의 간식이었다. 2동으로 나눠진 시장에는 기존 전통시장이 취급하던 건어물, 과일, 채소, 양품점 등과 튀김이나 붕어빵, 떡볶이 등을 파는 가게들이 혼재해 있었다. 방신시장의 경우도 비슷했다. 다만 전체적인 연령층은 도깨비시장보다 높아 보였다.

도깨비 시장의 거의 모든 출입구는 주택과 직결되어 있다.
도깨비 시장의 거의 모든 출입구는 주택과 직결되어 있다.

 위치 
“평상복에 외투만 걸치고도 갈 수 있다면”

이용객들의 연령층의 차이는 위치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신시장은 일반적인 전통시장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도깨비시장은 시장으로 출입하는 입구들이 모두 주택가와 맞닿아 있었다. 시장에서 나가면 바로 일반주택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이러한 차이는 옷차림에서도 나타났다. 방신시장의 경우에는 전형적으로 시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의 옷차림이 대부분이었지만 도깨비 시장의 젊은층은 마치 편의점에 잠깐 나오기라도 한 듯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 위에 외투만 걸친 차림이었다. 차를 이용해 장을 보러오는 이용객뿐만 아니라 출출할 때 군것질거리를 찾는 이웃까지 전통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카드 환영’. 전통시장에도 카드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카드 환영’. 전통시장에도 카드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정찰제 
“호객행위도 싫고 물건 값 흥정도 싫고”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판매대마다 빼곡히 꽂혀있는 가격표였다. 두 시장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어느 가게, 어느 품목이든 큼지막한 글씨로 정확한 가격이 적혀있었다. ‘콩나물 한 근에 1천 원’, ‘두 근이면 1천800원’이라는 식의 정확한 가격이 적혀있어 주인에게 전혀 묻지 앉고도 시장을 둘러보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물건을 쳐다보고 있어도 주인이 먼저 와서 호객을 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물건 값을 흥정하는 실랑이도 없었다. 물론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호객행위나 가격흥정이 아니라 물건을 할인된 가격 얼마로 판다는 식의 정보제공이 전부였다. 이점에서만 본다면 대형마트와 거의 유사했다.

방신시장과 도깨비 시장에는 모든 물품에 정확한 가격이 쓰여 있었다.
방신시장과 도깨비 시장에는 모든 물품에 정확한 가격이 쓰여 있었다.

 디자인 
“통일성도 개성이 있다면 O.K.”

두 시장 모두 상가들끼리 같은 디자인을 공유해 통일성을 강조했다. 방신시장의 경우에는 간판을 모두 녹색 바탕에 동일한 글자체를 사용해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도깨비시장은 조금 달랐다. 간판은 서로 다른 색깔과 글자체로 개성을 표현한 반면 가게마다 도깨비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달아 소속감을 드러냈다. 또 1동은 노란색 도깨비로, 2동은 빨간색 도깨비로 차이를 둬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두 시장을 모두 체험해본 결과 방식의 미묘한 차이가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제법 큰 차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첫째는 친숙함의 차이였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성공비결을 분석한 다양한 해석을 보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카카오프렌즈’라고 불리는 캐릭터의 성공도 큰 몫을 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기존 카드의 기능에 친숙함을 더해 젊은층의 감성을 사로잡은 것이다. 

통일성이라는 기능만 따지자면 두 시장이 같겠지만 귀여운 도깨비 캐릭터는 시장의 분위기를 훨씬 낮은 연령으로 내리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느껴졌다.

다음으로는 ‘스토리’였다. 녹색은 단지 친환경정도를 연상시킨다면 도깨비는 시장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왜 도깨비 시장으로 불리는지 스토리를 찾아보니 과거 할머니들의 노점상이 밀집된 지역에서 장사를 하다가 단속반이 사라지면 도깨비처럼 와글와글 모여들어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단어로 이루어진 가장 짧은 스토리지만 스토리가 가진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 입구. 평일 낮 시간에도 이용객이 북적인다. 가게마다 도깨비 캐릭터가 달려있다. 2동은 빨간색 캐릭터를 달아 차별성을 두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 입구. 평일 낮 시간에도 이용객이 북적인다. 가게마다 도깨비 캐릭터가 달려있다. 2동은 빨간색 캐릭터를 달아 차별성을 두었다.

 위생 
“위생관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위생은 젊은층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 중 하나일 것으로 짐작된다. 위생은 실제적 위생과 감정적인 위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위생과 관련된 보고들 중에 ‘○○보다 화장실 변기가 더 깨끗하다’는 식의 글이 많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변기를 깨끗하다고 여기기는 어렵다. 두 시장은 실제적인 위생관리뿐만 아니라 위생장갑이나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눈에 보이는 위생을 관리하고 있었다. 또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기적인 청소와 청소용역업체 이용을 시장 곳곳에 홍보해 이용객들이 감정적으로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행사 
“한다면 블랙프라이데이처럼 화끈하게”

행사는 춘천시의 전통시장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지만 특히 도깨비시장의 경우 특정일에 한해 파격적인 세일행사를 열어 한정된 품목과 수량을 10분의 1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마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행사는 고객 서비스와 재고정리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와서 먹고 즐기는’ 대체불가능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야 

‘전통시장 살리기’ 이슈는 정부 차원의 관심뿐만 아니라 이제 개인적인 관심으로까지 확대됐다. 유튜브 등 다양한 SNS에서 전통시장의 개선 방향에 대해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네티즌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전통시장의 문제는 ‘불편’, ‘불친절’, ‘위생’, ‘가격’ 문제로 집약된다.

지난해 12월 춘천시청에서 있었던 ‘공공디자인 교육’에서 한양사이버대학교 최성호 디자인학과 교수는 광주 ‘1913 송정역 시장’의 변신을 예로 들며 주차장이나 비가림시설은 부수적인 것이며 실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압축하면 ‘믿을 수 있는 제품’과 ‘믿을 수 있는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수준의 철저한 위생관리와 시설관리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전시하고 철저한 정찰제를 통해 ‘믿을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라는 주문이었다. 최 교수는 ‘1913 송정역 시장’이 현재 광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한 사례를 예로 들며 결국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1913 송정역 시장’의 가게들.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이 든다. 사진 제공=1913 송정역 시장
광주 ‘1913 송정역 시장’의 가게들.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이 든다.       사진 제공=1913 송정역 시장

전통시장 전문가인 이랑주 VMD협동조합대표는 방송을 통해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비크투알리엔 마켓에는 시장 한 복판에 1천 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숲이 있다고 한다. 낮 시간에는 시장에서 파는 안주를 구입해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저녁이 되면 장을 봐서 집으로 향한다. 또 만약 올리브를 파는 가게의 사장이 죽으면 그 자리에는 법적으로 200년 동안 올리브 가게만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전통시장의 중대한 역할인 셈이다.

하루에 1만 명이 방문한다는 영국의 버로우 마켓에는 의무적으로 상인들이 ‘왜 이 가게를 열게 됐는지’의 스토리가 담긴 책자를 배포해야 하고 자신이 제공하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도 알려 준다고 한다. 이러한 상인들의 레시피는 요리책으로 만들어져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스스로 “물건 판매는 대형마트로 대체될 것”이지만 “시장은 와서 먹고 즐기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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