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맹글, ‘주민 주도 마을문화’ 토론회 열고 프로그램 점검
작가 “예술적 고민과 시민 시선 사이에는 분명 간격이 있다”
시민 “실생활개선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약사동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지난 2019년 문화적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토론회 ‘주간 터무니’를 열었다.

‘터무니맹글’이 마련한 토론회는 마을 주민과 예술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약사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약사·명동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의 한 부분인 문화적 도시재생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활용하여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을 매개로 활기 넘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토론회는 마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과 약사리 공공미술의 의미, 주민들이 생각하는 문화예술활동 그리고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문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터무니맹글’의 유재균 대표는 “일각에서는 문화예술이 이 지역에 눈에 보이는 어떤 변화를 내놓았냐고 질문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행해 온 일들은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가 활기를 띠면서 지역의 가치도 올라가고 주민의 삶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약사동 주민들은 지난해 민화, 목공, 사진 등 다양한 예술 활동에 참여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경험을 했다. 예술가들은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작품으로 옮겼고, 약사천과 동네 곳곳에는 지역 친화적인 작고 소소한 공공미술작품이 설치됐다. 이들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시인과 미술가가 협업한 조형작업 <약사시집>과 배요한 작가의 <약사빛>, 루씨·최덕화 작가의 <약사리보물찾기> 등은 숨은 그림찾기 같은 재미를 주어 호평을 받았다.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문유미 작가의 <약사다슬기롭다>, 어진선 작가의 <약사바람> 등 일부 작품들은 파손되거나 없어지는 수난을 겪었다. 또 시청 부서 간의 소통부재와 악성 민원 때문에 작품이 철거되기도 했다.

김영호 작가는 “주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작가의 예술적 고민과 시민들 사이에는 분명 간격이 있다. 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저게 뭐야? 라는 궁금증 자체도 중요하다.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주민 자격으로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주민의 참여’였다. 주민 김현정 씨는 “민화·사진·목공 등 배울 것이 많아서 좋았다. 마을에 잘 어울리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공공조형물이 훼손되는 등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예술작품은 낯설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섦을 즐기라는 건 부담이다. 그래서 중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미선 씨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고 활기가 생겨서 좋았다. 무엇보다 잘 모르던 이웃끼리 인사하며 지내게 된 것이 큰 변화다. 아쉬운 점은 문화적 도시재생이 주민의 생활개선으로 이어지는 등 눈에 보이는 변화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적도시재생사업의 사업기간이 2월에 종료됨에 따라 이후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터무니맹글’은 시와 춘천문화재단 그리고 약사명동도시재생센터 등과 협의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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