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배추 생산농민)
김덕수 (배추 생산농민)

농사짓기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째다. 처음엔 직거래로 전량판매도 했지만, 직거래로는 한계가 있어서 나중에는 절임배추까지 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농가소득은 고사하고 영농비용을 보전하기에도 힘든 나날이었다. 출하농사도 해봤지만, 호박 1박스에 1천 원, 1천500원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경매가를 매일 핸드폰 문자에서 확인하면서 절망감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던 중 무상급식 운동을 접했다. 새로운 판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나에게는 마치 터널 속에서 만난 빛과 같은 작은 희망이었다. 벌금 300만 원을 받으면서까지 당시 춘천시장을 상대로 끈질긴 투쟁도 했고, 마침내 무상급식 실시로 이어졌다. 그리고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되고 학교급식에 배추와 무를 납품했다. 

‘농약을 덜 치고 안전하게 키운 농산물이면 되겠지’ 했던 나의 순진함은 학교급식 납품 첫날부터 반품당하고 말았다. 배추에 파란 잎이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겉잎을 다 제거하고 납품했더니 이번에는 진딧물이 있다는 이유로 또 반품을 당했다. ‘배추에 진딧물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인데…’ 생각하면서도, 생산자는 늘 ‘을’이었기에 반품을 당하면 다음날 새벽에 작업해서 학교별로 배달했다. 

학교 영양사들은 안전한 농산물보다는 조리하기 쉬운 공산품에 가까운 농산물 규격을 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생산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조리하기 편하고 쉬운 농산물, 규격화된 농산물을 원하고 이를 생산자 농민에게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지역먹거리와 농민들에게 농가소득 보장’이라는 무상급식의 취지가 무색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급식에 납품했던 생산자로서 농민들을 대신해 할 말이 많다. 

농민들은 생산자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고 연구하고 있다. 보다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1년 농사계획을 짜면서 노력하고 있는데, 과연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까?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들도 이러한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매번 교육을 받을 때마다 농산물 품위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게 규격화된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비용과, 농약과 비료를 뿌려야 하는지 소비자들은 알고 있을까? 지난 14일 춘천시에서 진행하는 로컬푸드와 지역먹거리에 대한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내내 생각했다. “이런 강의는 농민뿐만 아니라 학교 영양사와 조리원, 그리고 학부모와 교육청 관계자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