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마을공부방 시절부터 농촌유학, 별빛교육센터를 하는 지금까지 누가 나에게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커 갔으면 좋겠습니까?’ 물었을 때 처음부터 내 대답은 한 가지였다. 진심으로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아이였다. 하지만 뭐든지 풍족하고 아쉬울 것 없이 최고의 혜택을 누린다는 요즘 아이들.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사회와 어른들로부터 받는 애정과 보살핌(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을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허해지곤 한다. 

몇 해 전부터 인연이 되어 서울시공동육아협의회 산하 공부방 6학년 아이들이 졸업여행을 별빛으로 오고 있다. 쉽게 하는 방법도 있으련만 졸업여행을 굳이 시골마을 별빛으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회의와 준비가 있었을지 그 노고와 마음씀씀이를 생각하면 흐뭇해진다. 오늘도 40여 명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몰려왔는데 자유놀이를 하던 중 한 아이의 사고가 있었다. 아이를 태우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던 두 선생님이 단순 타박상이라는 의사선생님의 진단이 있기까지 노심초사 걱정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알까? 아니 느끼고 있을까? 그 선생님들의 마음을.

매일 별빛아이들이 밥을 먹는 식당 한쪽에는 감사의 식사기도 현수막이 걸려있다. 몇 년 전 마을 발꼬락샘(마을 ㅇㅇ엄마)에게 부탁하여 밥 먹기 전 농부님께, 배달해주신 분께, 부모님과 샘들께 또 하늘과 땅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붙여놓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별빛 아이들은 축복받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서다. 학습을 현저히 향상시킨다거나 물질적 풍요를 더 준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연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준비하시는 동네 할아버님들, 마을아이든 도시유학생이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시골 작은학교에 용기를 내신 부모님들,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해 주느라 돈도 되지 않지만 매주 몇 번씩 배달을 오는 춘천생협 배달아저씨까지. 물론 학교 선생님들과 별빛샘들, 방과후활동 강사님들까지 아이들 숫자보다 많은 학교의 어른들도 함께하고 있다. 아이들은 알까? 아니 느끼고 있을까? 그 수고한 마음을.

1월은 방학시즌, 졸업시즌이다. 마을의 학교도 졸업식을 마쳤고 별빛도 이달 말 수료식이 있다. 또 아이들을 떠나보낸다. 정이 듬뿍 들었던 아이도 조용히 보냈던 아이도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우리 아이들이 이 시골에서 무사히 잘 지낼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이들이 마음과 몸을 썼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별의 아쉬움과 슬픔보다 ‘감사한 마음’이 옅어지는 헤어짐이 아프다. 아이들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들도 무사히 생활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부모님들과도 서로 감사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인기 있다는 어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일류대 보내는 것으로 학교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동을 싣고, 가정환경이 불우한 아이의 일류대 가능성에 희열을 싣는 드라마였다. 1등이든 꼴찌든 성적이 아니라 일류대학이 아니라 속상한 일도 많음에도 한결같이 사랑하고 위해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고픈 나는 아직도 ‘순진한 옛 사람’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 하는 아이들로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페북으로 간간이 소식을 나누던 고등학교 선생님께 오늘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했다. 30여년 전 하지 못했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오십 줄에 들어서며 이제야 철드는 것 같은 늙은 제자의 인사가 너무 늦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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