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창단, 어린이 교육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성인까지
"문화프로그램 부족한 시골 학교 등에서 공연할 때 더 큰 보람"

‘엄마랑극단’은 인형극을 매개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인형극단이다.

극단은 2002년 5월 성교육 전문 강사 4명이 모여 만들었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주제로 한 인형극을 공연한다. 이런 성격의 극단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었다. 극단은 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에 소속돼 18년 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단원은 5명이다. 신영아 단장을 비롯해 초창기 멤버인 이인자, 이은경, 이승의, 전상미 씨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춘천교육문화관이 마련한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한 겨울독서교실 ‘나의 사춘기에게’ 강좌에서 사이버 성폭력예방 인형극을 공연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엄마랑극단’단원들이 지난 15일 춘천교육문화관에서 사이버 성폭력예방 인형극을 공연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엄마랑극단’단원들이 지난 15일 춘천교육문화관에서 사이버 성폭력예방 인형극을 공연했다.

창단시절부터 활동해온 이인자 씨는 “극단은 성교육강사로 활동하던 중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형극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어졌다. 모두 가정주부들이고 춘천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에서 성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총 1천500여 회 공연했다. 초기에는 전국 각지에서 공연 요청이 많았다. 이후 ‘엄마랑극단’을 모델로 한 극단들이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면서 최근에는 강원도 내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아이들을 기르는 엄마로서 지역의 아이들이 안전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쉽고 친근한 인형극을 통해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에 힘쓰려고 한다. 인형제작부터 대본, 무대미술, 음향까지 모두 직접 해결한다. 대본은 성폭력, 학교폭력 상담사례나 그것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만든다. 아이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쉽게 풀어서 쓰고 자극적이지 않게 노력한다.”

이들은 어르신들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위해 인형극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여러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인형극을 올렸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귀여워서 만지는 행위나 간병인들에게 장난으로 하는 행동이 변화된 시대환경에 따라 큰 잘못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식이 변화된 어르신들의 반응이 정말 좋아서 큰 보람을 얻었다.”

이은경 씨는 “두 아들의 엄마로서 내 아이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전업주부로만 일하다 이런 활동을 하니 뿌듯하다. 특히 문화프로그램이 부족한 시골 학교 등에서 공연할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 가족들도 내가 집에만 있지 않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서 좋아한다. 인형극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극단이지만 이들이 활동하는 현실은 열악하다. 별도의 연습공간이 없어서 춘천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 회의실에서 연습한다고 한다. 신 단장은 “인형극에만 집중할 수 없는 게 아쉽다. 차량유지비, 인형극 제작비 등 살림이 빠듯하다. 상담소의 사업비 안에서 조금씩 지원받거나 공연의뢰를 받은 학교나 기관 등에서 지급된 소정의 행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공연장비를 싣고 다니는 차량도 많이 낡아서 걸핏하면 멈춘다.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춘천시나 문화재단에서 좀 더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도 할 일은 계속 열심히 할 거다. 올해는 ‘참여식 인형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인형극 공연 중간에 아이들에게 지금 장면에 대해 질문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공연이다. 각 학교에도 공연홍보를 많이 하려고 한다.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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