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를 통한 공공급식 전면실시가 결국 순차적 확대 실시로 바뀌게 되었다. 춘천시와 춘천교육지원청은 지난 2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두 기관의 협의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면 실시가 순차적 확대 실시로 바뀌게 된 배경은 급식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영양사 등 학교 종사자와 학부모의 반발이었다. 지난해 연말 ‘학교급식 지원사업 설명회’를 춘천시와 센터가 전면 실시를 기정사실화하자 학교 종사자들은 다양한 사례를 열거하며 급격한 전면실시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급기야 설명회 다음날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춘천시청 공론화 청원 게시판인 ‘봄의 대화’에 공공급식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을 정확히 알도록 충분히 공론화해서 전면실시를 하자는 글이 게시되었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1차 공론화 과정 충족 요건인 50건을 훌쩍 넘기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10월에 이루어진 소통의 날에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논란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합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이해 당사자의 원인 파악이 달랐던 데 있었다. 센터나 물건을 생산·납품하는 농부의 경우, 학교 급식 종사자나 학부모의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규격화된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비용과, 농약과 비료를 뿌려야 하는지 소비자들이 안다면 농민과의 직거래를 통한 근거리 농산물에 대해 공산품과 같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학교 급식 종사자나 학부모들은, 많은 경우 수백 명 분의 학교급식을 짧은 시간에 제대로 만들어 공급하기 위해서는 조리 외 다른 손질이 크게 필요 없을 정도로 준비된 농산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으면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 보일 수 있다. 양질의 안전한 농산물 생산만으로도 벅찬 지역의 중소농가에서 공산품에 가까운 정도의 정돈된 농산물을 제공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급식을 만들어야 하는 급식종사자들에게 원재료 손질부터 다 하라고 하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원망하며 더 이상 일을 진행시키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답은 센터에 있다. 센터가 농부가 잘 키운 농작물을 잘 가공하여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게 잘 손질해서 공급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센터에도 문제는 있다. 예산이다. 지금까지는 춘천시가 책정한 예산 10억 원 범위 안에서만 생각을 한 결과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를 늘리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시가 센터 운영비 50% 수준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다른 지자체처럼 최소한 70%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하면 된다. 센터의 품질 관리 인력이 늘어나면 자연 농민은 편하게 납품해도 학교에서는 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하면 또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센터가 자생력 있는 기관으로 커 갈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춘천시에 요청한다. 농민과 학생들이 모두 행복한 학교급식환경을 하루빨리 만들 수 있도록 예산 증액을 당장 실시하라. 시장이 공약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춘천시민의 행복을 위해 공직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조금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춘천시가 지난해 다 쓰지 못해 이월한 예산액이 2천90억 원에 이르고 지난 몇 년간 예산 이월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점을 감안하면 센터 예산 증액을 주저할 형편 역시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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