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청년, 춘천의 노포를 만나다] ⑥ 1973년에 문을 연 황소표국수
기획연재: 청년, 춘천의 노포를 만나다] ⑥ 1973년에 문을 연 황소표국수
  • 한상연(‘어쩌다농부’ 대표)
  • 승인 202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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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에 대한 새로운 도전 멈추지 않겠다"
48년 세월 이어가고 있는 김석종 대표, 제품과 판매방식 개척 꿈꿔

1973년부터 운영해 온 국수공장이 있다. 국수를 만드는 기계 부품 하나하나, 작업에 사용하는 나무상판 하나까지도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닭갈빗집, 막국숫집 그리고 크고 작은 국숫집들이 단골 고객이다. 후평동에 공장과 중앙시장에 매장을 둔 황소표국수 이야기다.

Q  오랜 세월 춘천시민과 함께 해 온 황소국수네요. 지금의 사장님이 있기까지의 소회 한 말씀부터 부탁드려볼까요?

A 장인정신이라든가, 뭐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전 직장 동료였던 고등학교 선배가 공장에서 함께 일해보자 제안을 했죠. 마침 먹고 사는 고민이 클 때였어요. 선배의 아버지는 황소표국수에서 공장장으로 40년 가까이 일했어요. 그러다 공장을 인수해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운영을 해왔죠. 선배의 제안 덕분에 저는 공장장으로 일하게 됐고 그 후 제가 인수까지 하게 된 거죠. 기술을 이어받아 국수를 뽑기 시작한 지도 6년이 됐네요.

필자와 함께 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석종 대표(오른쪽)
필자와 함께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석종 대표(오른쪽)

Q  황소표국수가 만들어진 게 1973년부터라고 들었어요. 그 때의 이야기를 알고 계신 것이 있나요?

A 처음에는 공장이 죽림동 근처에 있었다고 해요. 후평동 공단 근처로 잠시 옮겼다가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의 공장 건물주 분이 황소표국수를 처음 만든 사람 중 한 분이세요. 그 이후로도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몇 차례 바뀌었어요.

Q  국수를 만드시면서 힘든 점도 많으시겠어요.

A 우선 잠을 잘 못 잔다는 거. 직원들은 새벽 6시 반쯤 출근하지만 저는 4시 반에서 5시 반이면 문을 열어야 하니까. 오래된 시설이라 사람 손이 많이 가요. 국수 말리는 과정에서 더 그렇죠. 선풍기 바람으로 국수를 말리는데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은 국수가 마르면서 돌돌 말려요. 그러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새벽에도 계속 일어나서 한 번 보고, 또 한 번 보고…. 잠을 끊어서 자는 거예요. 그나마 지금은 적응이 돼서 좀 괜찮아졌어요(하하하). 그리고 마음이 힘든 점. 이 일을 시작하면서 어디 여행 한 번 가본 적이 없다는 거, 특히 가족여행. 월요일 아침 4시 반부터 토요일 저녁 6시까지는 근무를 해야 하니까 어디를 가기엔 시간이 짧아요. 가까운 동해바다를 가더라도 토요일에 출발해서 잠자고 밥 한 끼 먹고는 급히 돌아와야 하죠. 지금 애들이 중·고등학생이거든요. 한 번은 애들이 “아빠, 우리 비행기 한번 타자!” 그러더라고요. 예전에는 돈이 없어 그럴 수 없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못가네요. 아이들은 계속 자라는데.

Q  황소표국수만의 장점이 있다면 자랑 좀 해주세요.

A 춘천의 한 예식장 뷔페에서 저희 국수를 사용해요. 셰프님들이 자주 그러시는데 여느 시판 국수보다 확실히 면이 잘 불지 않는대요. 뷔페 특성상 많은 양의 요리를 해놔야 하는데 면이 불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황소표국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공장의 제조과정을 직접 본다면 우리와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바로 알 수 있는데, 공개하지 않잖아요. 황소표국수는…, 글쎄요! 물론 반죽 배합에서도 차이가 있겠고, 건조시킬 때 수시로 자리를 바꿔 주는 것도 영향을 끼치겠죠. 그래도 가장 큰 차이라면 면을 누르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공장은 면을 눌러주는 작업을 하거든요. 면이 불지 않는 건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건면을 만들기 위해 생면을 말리는 모습.

Q  황소표국수에서는 어떤 국수들을 만들고 있나요?

A 아침에는 당일 사용할 생면을 조금 만들어 둡니다. 인근 칼국수식당에서 가져가죠. 건면은 모양, 재료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재료에 따라 일반면과 막국수면으로 나뉘고, 모양에 따라서는 소면, 중면, 칼국수면 등이 있어요. 아, 쫄면도 있네요. 쫄면은 월요일 하루만 생산해서 냉동해서 팔고 있어요.

Q  가장 많이 팔리고 인기 있는 제품은 어떤 건지 궁금해요.

A 닭갈비용 면이 제일 많이 나가요. 우동보다 더 두꺼운 면이에요. 춘천은 닭갈비, 막국수가 가장 유명하잖아요. 닭갈비 식당에서 ‘사리’를 메뉴로 두는데, 춘천에 있는 닭갈빗집 중 50%는 저희가 면을 공급하고 있어요. 요새는 우동면을 쓰는 곳도 있는데 저희 면은 단면이 동그래요. 닭갈비 먹을 때 한 번 유심히 보세요(하하하). 그리고 여름에는 메밀막국수가 잘 나가죠. 연 매출로 보자면 메밀막국수가 더 많이 나가는 것 같기도 하네요. 현재 중앙시장에 있는 매장과 후평동에 있는 공장에서 황소표국수를 구매할 수 있어요. 우리 면의 약 80%는 춘천에서 소비되고 있지요. 닭갈빗집, 막국숫집 그리고 국숫집들이 단골 고객입니다.

Q  건면을 만드는 과정은 어떤가요? 생면을 뽑는 방법과는 많이 다른 건가요?

A 생면과 건면은 만드는 방법에서 큰 차이는 없어요. 제면하는 과정이 조금 다른데, 반죽을 틀에 누르면서 면이 갈라져 나오면 그게 국수가닥이 되거든요. 바로 쓰이면 생면이고, 나무로 만든 틀에 걸어서 말리면 건면이 되는 거예요. 결국 건면과 생면의 차이는 말리느냐, 주정처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주정처리는 생면이 빠르게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습기나 수분이 있는 생면에 알코올 처리를 하는 작업이에요. 건면은 수분이 없기 때문에 따로 주정처리를 할 필요가 없지요.

김석종 대표가 세심하게 국수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김석종 대표가 세심하게 국수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Q  건면 한 가닥을 만들기 위해선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A 글쎄요. 아침 6시 반에 시작해서 7시 정도면 생면 만드는 작업이 끝나요. 밀가루 3~4포 정도를 면으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에요. 8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직원들이 건면을 만들기 시작해요. 반죽부터 해서 오전 11시 30분쯤 되면 면을 말리기 시작하죠. 보통 여름에는 면을 말리는데 하루면 충분하지만 겨울에는 아무래도 하루 정도 더 말려줘야 해요. 면이 마른 후 면을 포장하는데 또 3시간 정도 걸리죠. 대략 한 번에 작업하는 양이 밀가루 50포, 그러니까 1톤. 국수 50박스 만드는데 27시간에서 51시간 정도 걸리네요.

Q  매번 그렇게 많은 양을 만드시나요?

A 국수만 생산하니까 많다고만 볼 수 없죠. 요즘에는 먹거리가 워낙 다양해지니까 국수 소비량이 전체적으로 줄었어요. 결혼식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기본으로 국수를 먹었는데, 지금은 뷔페식으로 상을 차리다 보니 국수를 먹더라도 조금만 먹게 되죠. 그러다 보니 저희도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국수를 만들고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A 1차 목표는 공장 이전이죠. 공간도 좁고, 시설도 오래돼서 요즘 다른 공장들을 많이 다녀보고 있어요. 색깔 있는 클로렐라 국수 같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더라고요. 새 공장에서는 저희도 제품개발이나 포장 등 새로운 도전들을 해볼까 합니다. 그 다음에는 공장에서 생산한 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꿈꾸고 있어요. 꼭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어쩌다농부’ 한상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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