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크게 문제가 안 되겠지, 조금 이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이 다소 불안한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에서 연일 쏟아 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도의 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마음이 약간 더 늘어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2차 피해가 일어난다면 큰일이다. 이른바 패닉 즉 공황이라고 하는 2차 피해 유발 현상은 재난이나 재해를 맞았을 때 사람들이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패닉이란 영화관과 같은 어두운 공간에서 화재가 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심리상태다. 영화관에 있는 사람들이 출구가 어디이고 어느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면 모두 다 다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할 때 일어난다. 패닉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한꺼번에 출구로 모이게 되고 여기서 뒤엉킨 사람들이 서로를 밀어 넘어뜨리게 돼 불보다 먼저 밟혀죽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상황을 만들어내게 된다.

재해나 재난 시 구조나 진료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험만 부각시켜 사람들의 불안을 극대화하면 사람들은 아무리 공권력이 나서 통제를 한다고 해도 사재기나 감염자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게 돼 새로운 피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대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위험에 처해 있는 국민들의 보호를 위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를 이겨낼 수 있다는 정보가 제대로 공급이 되면 사람들은 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구의 17번 확진자에 대한 보도는 미디어와 국민들에게 큰 교훈을 던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매체에서 보도해 관련 소식을 접한 사람이 많겠지만 요약하면 이런 보도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귀국한 17번 확진자는 가벼운 감기 증상을 느껴 혹시 하는 마음으로 설 연휴 대구의 본가와 처가를 방문하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한다. 택시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심지어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쓴 결과 접촉자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교훈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방어한 사례를 보도함으로써 사람들의 불안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재난과 재해 당시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디어가 내놓아야 할 이른바 ‘안심정보’를 보도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인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흔히 방역당국이 마스크를 쓰라고 하면 사람들은 ‘내’가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마스크를 써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는 나의 생존만이 아니라 타인의 생존도 있다. 전자의 이익 보다 후자의 이익이 더 크다. 감염되는 것은 나 혼자지만 감염시키는 것은 여럿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하루라도 빨리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나’의 삶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함께 고려할 때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발병으로 인한 고통,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전염병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공존의 방법을 깨닫게 된다면 큰 선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 이 위기를 잘 넘겨서 더 멋진 춘천, 더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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