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김순옥·권윤미 학예사

대한민국에는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과 더불어 그에 소속된 13개 국립박물관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강원도 유일의 국립박물관인 춘천박물관은 문화재 전시·복원 뿐 아니라 시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리고 있어 ‘힐링’을 테마로 한 춘천의 문화휴식공간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10월 30일 개관이래 지난해 연말까지 관람객 3백3십만 명이 다녀갔다. 문화현장의 최일선에서 애쓰고 있는 국립춘천박물관의 학예사 ‘3인방’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학예사를 꿈꾸게 된 계기, 준비해 온 과정 그리고 현재 맡고 있는 분야는?

조용환 학예사 역사전공을 하던 대학 3학년 때 발굴조사에 참여한 일이 계기가 됐다. 국·공립 학예연구사는 관련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현장 경력이 필요하다.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물관과 발굴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6년 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전시 및 소장품(유물)관리를 맡고 있다.

김순옥 학예사 조선시대사 박사과정이던 2005년 여름, 국립춘천박물관 ‘강원의 고지도’ 전시 해설을 맡았다. 그 때 학예사의 매력에 빠졌다. 2007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그 날은 춘천박물관 개관기념일인 10월 30일이었다. 절묘한 인연이었다. 현재 교육담당 학예사이다.

권윤미 학예사 어릴 적부터 역사·고고학 등을 좋아했다. 수능을 치르고 문화재보존과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알게 됐다. 국내에 생소했던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졸업 후 국립경주박물관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장과 대학원을 오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운 후 2006년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보존과학 담당 학예사이다.

왼쪽부터 조용환, 김순옥, 권유미 학예사
왼쪽부터 조용환, 김순옥, 권유미 학예사

Q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일 해 온 기간은?

김순옥 2007년 임용부터 현재까지 13년 정도 근무하고 있다. 순환직이라 다른 박물관으로 갈 수도 있지만 이곳에 계속 머물게 해달라고 떼쓰고(^^) 있다.

권윤미 중앙박물관에서 12년 근무했고 2017년 말부터 춘천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용환 2017년 2월 1일부터 근무하고 있다. 첫 발령지이다.

Q 학예사로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 다시 태어나도 학예사가 되고 싶은가? 

김순옥 박물관학자이기도 한 전진성 교수는 박물관 큐레이터를 ‘무당’에 비유하기도 했다. ‘죽은 자의 물건’에서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꺼내 ‘살아있는 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숙명. 관객이 굿판을 떠나지 않고 그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신명나는 춤사위를 보이고 날 선 작두에 오르며 신통력을 보여야 하는 무당. 그 ‘이야기’를 믿게 하는 힘은 무당의 역량이듯, 학예사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스토리’를 꺼내 ‘텔링’하고, 관객이 ‘내면화’해서 ‘감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닮았다. 특히, 교육 담당 학예사의 업무는 더욱 그러하다. 이 과정 자체가 신명나고 좋다. 작두에 설 때마다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 일이 참 좋다. 특히 춘천박물관이어서 더 좋다.

권윤미 일이 어렵고 변수도 많다. 늘 새로운 유물이 나타나고, 배울 것도 끝이 없다. 그런데 여럿이 함께 일하는 게 즐겁고 춘천박물관도 정말 예쁘고 좋다. 다시 선택해도 문화재와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조용환 힘든 점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해설 중 잘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등에서 땀이 흐른다. 공무원으로서 기본적인 행정업무들, 전시회 준비, 소장품 관리 등 일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쉽다. 아주 가끔 다른 직업의 나를 상상하기도 한다.

조용환 학예사는 상설전시 중인 ‘강원의 역사와 문화’운영과 박물관 소장품 관리, 국가귀속문화재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Q 본인이 진행한 전시나 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김순옥 특별전시 ‘고성 청간정’의 연계 프로그램 중 ‘시(詩)가 있는 청간정’의 ‘한 줄 시 짓기’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속마음과 아픈 기억까지도 공유했다. 교감형 프로그램은 개개인의 경험과 감동을 최고 지표로 삼기에 참가자 모두가 소중하다. 

권윤미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칼을 보존처리 하던 중 녹층 아래에서 이름이 새겨진 명문(銘文)을 발견했다. 그 덕분에 다른 새로운 유물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다. 2018년 5월에 평창 출토 석조보살상의 보존처리 과정과 3차원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유물 복원 과정들을 정리한 특별전을 열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큰 보람을 느꼈다.

조용환 기획전 ‘대가야 사람들의 향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이들이 좋게 평가해줬다. 학예사로서 뿌듯했다. 

Q 2020년에 준비하고 있는 주요 업무나 프로그램은?

김순옥 30여 종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가족·군인·초중고·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술적 관심 또는 감성적 힐링 체험을 원하는 성인 그룹, 소통과 위안을 바라는 노인 그룹, 가까운 이웃인 ‘석사동민’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들도 있다. 특히 10월 개관 예정인 ‘어린이박물관’은 강원도 유일의 어린이 전용 박물관이자 어린이 맞춤형 ‘라키비움’(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김순옥 학예사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 등의 각종 전시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한다.

권윤미 발굴문화재들의 보존처리나 분석은 기본이다. 특히 강원 지역의 철제 불상들을 과학적으로 조사 연구한 보고서를 내고 그 결과들을 모아 하반기에 특별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조용환 상반기에 기획특별전이 있다. 최근 10년 동안 강원지역 주요 발굴 성과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또 강원 고대문화 연구 심포지엄도 열린다. 그리고 주업무인 소장품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한다. 최근 3년간 국립춘천박물관 소장품이 약 6만점 가량 증가했다. 국가귀속발굴매장문화재를 국립춘천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하는 업무는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모른다. 유물을 모두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수장고에 안전하게 격합하기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작년까지 12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8명의 전문 인력이 참여한다. 이번 기회에 저와 함께 10만여 점의 소장품을 관리하는데 기여하는 유은미·정진성·이상관·이경하·이찬호·김인환·유혜인·엄민지 님과 전에 함께 했던 원혜진·권혁주·박민중·이진영·최혜민·이소라·문다희·박민선 님께 감사드린다.

Q 예산이나 권한을 확실히 밀어준다면 꼭 진행하고 싶은 업무나 프로그램이 있는가?

권윤미 보존과학실의 시설과 공간들을 개선하고 싶다. 장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역 내 보존 담당자들이 와서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김순옥 박물관을 ‘한 번도 찾지 않은’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 ‘찾지 않은 사람은 있으나 한 번만 찾는 사람은 없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고 싶다. 

Q 춘천박물관이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보다 좋은 점은?

김순옥 박물관 피로(museum fatigue)라는 용어가 있다. 장시간 관람에 따른 집중력 저하와 피로증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장의 총거리가 4km가 넘는다. 루브르나 브리티시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춘천박물관은 규모도 적당하고 모든 것이 ‘힐링’에 맞춰져 있다. 방문 자체가 ‘힐링’이다.

조용환 시설도 좋고 가깝고 무료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알고 친숙한 것들이 전시된다.

Q 한국을 포함 세계 문화유산 중에 춘천박물관에 가져와서 전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순옥 임진왜란 등 전쟁에 의해 타향에 가게 된 문화재들을 전시하고 싶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염원하는 장기지속형 ‘평화 안녕’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싶다.

권윤미 조선시대 화가 조희룡의 <홍백매화도>나 <매화서옥도>를 전시하고 싶다. 지금 계절에 보고 있으면 참 좋은 그림들이다.  

보존과학실의 권윤미 보존과학 담당 학예사가 원주에서 출토된 금동불상의 표면에서 녹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용환 ‘창령사터 오백나한’처럼 현재의 소장품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문화유산이고 가치가 높다. 피라미드를 춘천에 가져온들 그것이 무슨 맥락이 있을까 싶다. 

Q 관람객과 춘천시민들 그리고 춘천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순옥 공공재로서의 박물관을 최대한 즐기는 일은 개인으로서 누리는 ‘소유’의 한계를 넘어선다. 박물관의 건물과 조경, 수많은 문화콘텐츠, 문화재가 주는 미적 체험 등 맘껏 즐기길 바란다. 많이 누릴수록 이득이다.

조용환 국립박물관이 춘천에 있다는 것은 춘천이 문화적으로 중심적인 도시라는 의미이다. 이제 곧 복합문화관도 개관하니 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북적거렸으면 좋겠다. 

김순옥 국립박물관을 춘천에 유치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 1983년 4월 강원도의 건의가 있었고, 1993년 5월 21일 박물관 건립이 확정됐다. 1994년부터 기초조사와 설계, 공사를 거쳐 2002년 10월에서야 개관하게 됐다. 약 20년간이나 이어진 노력과 열정의 소산이다. 시민들은 국립박물관이 ‘춘천’에 있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또 춘천시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박물관을 활용하고 응원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테니 춘천시와 시민들도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면 좋겠다.

조용환 김순옥 학예사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하나만 덧붙이고 싶다. 10월 말에 복합문화공간이 개관하니 박물관 앞으로 지나는 버스가 많았으면 좋겠다.

권윤미 이제는 박물관도 편안하게 놀러 올 수 있는 곳이다. 아무 때나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산책도 하고, 전시도 보고, 차도 마시고 쉬다 가길 바란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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