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중심부인 약사리 고개 정상(해발 102.3m)에 우뚝하게 서 있는 죽림동성당(약사고개길 21)은 천주교 춘천교구의 주교좌성당이다. 1950년대 석조 성당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빼어난 건축미와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3년 6월 30일 국가등록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되었다.

강원도 최초의 성당은 횡성군 서원면에 있는 풍수원성당으로, 1910년 벽돌조 양식으로 건립되었다. 강원도 성당 건축의 모체가 풍수원성당이라면, 춘천의 성당 건축 모체는 동내면 고은리에 있는 곰실공소이다. 

2020년 현재의 죽림동 성당 모습
2020년 현재의 죽림동성당 모습

곰실공소는 1920년 9월 22일 성당 30칸, 집 20칸 규모로 건립되었다. 신도수가 300여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현재 죽림동성당 아래로 이전하여 1928년부터 춘천의 성당으로 사용하였다. 그 후 약사리 고개 도토리밭을 매입하여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게 되었다. 

죽림동성당은 1938년 제6대 주임신부와 이듬해 춘천교구장으로 임명된 구도마(Tomas Quinlan, 具仁蘭) 신부에 의해 1941년부터 신축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구도마 신부가 일제에 의해 구금 및 연금되어 수포로 돌아갔다. 

광복 이후인 1946년 건축이 재추진되었으나 당시의 열악한 경제 사정으로 인해 또다시 착공이 미뤄졌다. 1949년 군부대의 도움으로 토목 공사를 거쳐 그해 4월 5일 기공식을 거행하였다. 건축 시공은 전라남도 광주에서 온 ‘자’라는 성을 가지 중국인 기술자가 맡았고, 남면 발산리의 돌을 운반하여 건축물의 석재로 사용하였다. 

죽림동성당 초창기 모습(1950년 9월 이후로 추정). 출처: 문화재청 죽림동 주교좌성당 기록화 조사보고서
죽림동성당 초창기 모습(1950년 9월 이후로 추정). 출처: 문화재청 죽림동 주교좌성당 기록화 조사보고서

1950년 6월 외관 공사가 완료되고 내부시설을 준비하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였다. 성당은 전쟁의 화마를 피하지 못했는데, 북한군의 집중 포격과 유엔군의 공습으로 성당과 부속건물이 파괴되었다. 1951년 8월 이후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성당 재건작업이 진행되어 1953년 대부분 건물이 복구되었고 1956년 1월 8일 죽림동 주교좌성당 축성식이 거행되었다.

건축 양식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면 중앙에 종탑이 있는 석조 건물로 건물의 높이와 폭보다 종축의 길이가 길며, 내부는 줄지어 늘어선 기둥 없이 하나의 강당처럼 형성되어 있다. 아치형으로 개방되어있는 주 출입구에는 십자가 문양의 이맛돌을 두어 웅장함을 더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살아온 흔적까지 앗아갔다. 그러나 죽림동성당은 전쟁의 참화를 견뎌내고 현재까지 우리 곁에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춘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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