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연계형 거점공간 선진지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탐방기]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중소도시 마을연계형 거점공간 운영방안’ 발표
춘천 등 중소도시, 공공시설보다 공공서비스에 초점 맞춰 운영해야
태백시, SOC 거점공간 무분별 설립으로 지방세징수액 17% 까먹어

도시재생 사업비용의 대부분이 공공시설 건립에 사용되고 있다. 국토부, 행안부 등의 시설조성 사업은 물리적인 환경 개선에 사용되고 이러한 시설은 대개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센터의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대형 센터는 인구밀도가 높고 인구성장기인 대도시에 적합하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거점시설의 영향력이 외부로 퍼져나갈 수 있는 ‘낙수효과 모델’이기 때문이다.

결집형 거점과 분산형 거점의 개념. 자료 출처=건축도시공간연구소
결집형 거점과 분산형 거점의 개념.       자료 출처=건축도시공간연구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춘천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대도시의 기능복합형+결집형 거점모델을 추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초기 공공시설 건립은 중앙정부가 지원한다고 할지라도 건립 이후 운영은 지자체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태백의 경우 이러한 고려 없이 대규모 생활 SOC 거점공간을 무분별하게 설립해 여기에서 발생하는 운영적자가 지방세징수액의 17%를 초과해 지자체의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책연구소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지난해 말 발표한 ‘중소도시 마을연계형 거점공간의 지속가능한 운영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춘천과 같은 지방 중소도시가 이러한 재정적 부담 없이도 ‘스마트’한 방법을 통해 생활SOC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소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복합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센터를 짓는 대신 마을에 있는 민간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초점은 공공시설이 아닌 공공서비스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공공시설을 이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영국의 ‘more than a pub’의 경우 민간 수익 사업 공간인 ‘pub(술을 비롯한 여러 음료와 흔히 음식도 파는 대중적인 술집)’에서 지역공동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지원금을 주는 등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보고서는 ‘짓는 재생’에서 ‘잇는 재생’으로 변환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형태를 ‘마을 연계형’ 모델로 부른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현재 한국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몇 가지 ‘마을 연계형’ 모델을 소개한다. 춘천시민들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충분히 ‘춘천형 마을 연계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 꽃집, 카페, 베이커리의 기능을 동시에 하는 ‘월곶동책한송이’. 빌드 2호점이다. 가게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동화를 읽고 있었다. 알고 보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빌드에서 운영하는 실내놀이터 ‘바이아이’가 휴업중이어서 그곳에서 근무하는 놀이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월곶동책한송이’에 대신 놀러온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서점, 꽃집, 카페, 베이커리의 기능을 동시에 하는 ‘월곶동책한송이’. 빌드 2호점이다. 가게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동화를 읽고 있었다. 알고 보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빌드에서 운영하는 실내놀이터 ‘바이아이’가 휴업중이어서 그곳에서 근무하는 놀이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월곶동책한송이’에 대신 놀러온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주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똑똑도서관’을 아시나요? 

주민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아마도 도서관 건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도 최소한의 건립비, 운영비, 유지비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러데 여기 아무런 돈도 필요 없는 도서관이 있다. 이름하여 ‘똑똑도서관’이다.

‘똑똑도서관’은 아파트를 이용한 도서관이다. 참여하고 싶은 주민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 목록과 책을 대여해 줄 수 있는 시간을 적어 코디네이터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코디네이터는 책목록을 회원들에게 공유하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정해진 시간에 ○○동 ○○호로 찾아가 그저 문을 ‘똑똑’하고 두드리기만 하면 되도록 연결한다. 한두 번 보고 책장에 묵혀두고 있던 책들을 활용하면서 이웃과 소통까지 하게 되니 도서관보다 나은 점도 있다.

월곶포구로 유명한 시흥시 월곶동은 포구 관광지답게 독특한 환경을 띠고 있다. 도시의 모습은 바다, 횟집이 즐비한 유흥가, 고층아파트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회를 즐기러 오는 차량은 많았지만 확실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찾기 어려웠다. 월곶문화센터 내에 설치된 ‘시립월곶어린이집’에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조차 없고 좁다란 2층 건물이 전부다.
월곶포구로 유명한 시흥시 월곶동은 포구 관광지답게 독특한 환경을 띠고 있다. 도시의 모습은 바다, 횟집이 즐비한 유흥가, 고층아파트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회를 즐기러 오는 차량은 많았지만 확실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찾기 어려웠다. 월곶문화센터 내에 설치된 ‘시립월곶어린이집’에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조차 없고 좁다란 2층 건물이 전부다.

 마을 전체가 호텔, ‘커뮤니티 호텔’ 

커뮤니티 호텔은 단일 건물에 복합적인 기능을 집어넣은 일반적인 형태와 반대로 호텔은 ‘숙박’이라는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고 나머지 기능은 마을에 기존에 있던 시설로 연결하는 개념이다. 호텔은 숙박의 기능과 함께 마을을 소개한다. 가령 지역 맛집을 추천해 아침식사를 해결하게 하고 사우나는 지역 목욕탕을 추천, 이외에도 세탁소, 술집 등 다양한 마을 공간과 연결해 호텔이 마을의 프론트 데스크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보고서는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볼 때 지역을 관광지로 소비하고 가는 단순 관광은 지역의 본질적인 재생에 도움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보다 지역 내의 주민과 외부에서 오는 창의적인 외지인이 마을 안에서 끊임없이 교류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고받는 편이 지역의 체질을 개선하여 도시재생의 원동력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일반 상가건물 4층에 위치한 빌드 1호점 로컬푸드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식사하기 좋은 공간으로 꾸며진 레스토랑이다. 4년간 공실이었던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아이들과 여유 있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식당으로 올라가는 승강기에는 ‘NO KIDS ZONE’이 아니라 ‘YES! KIDS ZONE’과 ‘YES! TOGETHER ZONE’이라는 표기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일반 상가건물 4층에 위치한 빌드 1호점 로컬푸드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식사하기 좋은 공간으로 꾸며진 레스토랑이다. 4년간 공실이었던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아이들과 여유 있게 식사할 수 있는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식당으로 올라가는 승강기에는 ‘NO KIDS ZONE’이 아니라 ‘YES! KIDS ZONE’과 ‘YES! TOGETHER ZONE’이라는 표기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마을연계형 거점공간, 시흥시 월곶동 ‘빌드’ 

시흥시 월곶은 애당초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했던 지역이다. 과거 이곳에는 모텔이 40개 가량 있으며, 마린월드라는 놀이공원이 있었고, 횟집 등 수산관련 점포가 120여개 있었다. 하지만 퇴적물이 쌓이면서 포구기능을 상실하여 어판장이 문을 닫고, 관광지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수산관련 점포는 현재 70개 정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속해서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워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포구 인근 숙박시설의 공실률은 35% 정도 된다고 한다. 놀이공원도 부도가 나서 현재 공터로 남아있으며, 놀이공원 건물은 현재 온라인 경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빌드’는 이러한 지역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연계해 지역민들에게 준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빌드’는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단순히 관광지를 다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월곶을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실내놀이터 ‘바이아이’. 빌드 3호점인 이곳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휴업 중이었다. 엄마이자 놀이선생님이자 ‘빌드’의 직원인 주민들이 아이들을 돌본다고 한다. 일반적인 키즈카페처럼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이 공간 안에서 놀이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보육한다는 점에서 공동육아의 요소도 포함돼 있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실내놀이터 ‘바이아이’. 빌드 3호점인 이곳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휴업 중이었다. 엄마이자 놀이선생님이자 ‘빌드’의 직원인 주민들이 아이들을 돌본다고 한다. 일반적인 키즈카페처럼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이 공간 안에서 놀이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보육한다는 점에서 공동육아의 요소도 포함돼 있다.

‘빌드’는 월곶에서 가장 필요한 공간 및 커뮤니티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간이라고 판단하고 기존의 공간을 활용해 마을 공간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현재 로컬푸드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복합문화공간 ‘월곶동책한송이’, 키즈카페 ‘비이아이’, 식료품마켓 및 공유주방 ‘월곶식탁’의 4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이러한 4개 공간이 대형 센터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곳곳의 공간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빌드’는 비어있던 상가 4층, 오래된 횟집 건물 등을 이용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활동하고 있다.

빌드 4호점 ‘월곶식탁’은 공유주방이면서 동시에 로컬푸드 오프라인 마켓이다. ‘빌드’는 지역의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가격에 제공하는 ‘팜닷’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월곶식탁’에 직접 와서 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빌드 4호점 ‘월곶식탁’은 공유주방이면서 동시에 로컬푸드 오프라인 마켓이다. ‘빌드’는 지역의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가격에 제공하는 ‘팜닷’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월곶식탁’에 직접 와서 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월곶동책한송이’에서 만난 공동창립자인 황은평 매장관리총괄디렉터는 ‘빌드’의 지향점이 공공성보다는 커뮤니티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면 지속성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황 총괄디렉터는 “빌드가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곳은 엄연한 사업장이고 여기에 일하는 모든 사람은 월급을 받는 직원이다. 어렵지만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빌드는 이러한 환경에서 뿌리내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곳저곳에 퍼져있다. 지역 내 커뮤니티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밝혔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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