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이 2016년 새해를 앞두고 지역의 원로이자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의 고문인 황효창 강원민예총 회장, 최돈선 시인, 정재억 춘천역사문화연구회 대표를 모시고 신년맞이 오찬대담을 나눴다.
지난 2015년 12월 30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본보 이사장인 정연구 한림대 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오찬대담은 춘천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언론과 갓 창간된 <춘천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정연구 

돌아보니, 춘천시정과 시민이 바라는 방향이 안 맞는 것 같다. 관광정책의 경우, 서울 사람이 쉬다가는 개념의 관광이 되면 지속가능성과 주도적 발전이 불가능하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으면, 와서 구경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발전 모델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 도시에 사는 사람이 좋아서 잘 먹고 잘 사는 모양새가 돼야, 제대로 된 관광개발이 아닌가? 중도 레고랜드처럼 계속 퍼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최돈선
잘못 짚은 거지. 원래 선사문화유적지인데, 중의를 모아 좋은 방향으로 <춘천사람들>이 선도해줬으면 한다.

정연구
2016년부터 춘천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다.

 

"이야기가 있는 춘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되는 춘천을 만들어야"


황효창
서울과 비슷해지려고 하는 것이 문제다.

최돈선
이벤트성 축제도 문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이야기, 문화적 바탕이 깔려있지 않으면 안 된다. 춘천이 좋아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외지에서 온 예술가들이 꽤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하면 춘천에 머물게 할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영월을 보자. 박물관이 소규모로 잘 지어져 있어 사람들이 찾는다. 시에서는 땅만 제공하고 개인이 짓게 내버려두면 잘 한다. 잘 되고 있지 않나. 동양 제일, 세계 제일일 필요 없다. 작게 할 필요가 있다.

정재억
강원도는 타 지역에 비해 인구가 적지만, 그 점이 경쟁력이 돼야 한다. 화천의 경우, 산천어축제로 10여년 일당백의 힘을 살려 성공한 케이스로 ‘그 지역에만 있는 것, 독특함’을 잘 살렸다. 그에 반해, 춘천은 뭐냐. 춘천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기본 색을 칠하는 게 안 돼 있다. 이야기, 역사적 기반이 없다. 춘천에 ‘춘천만의 역사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중도를 ‘중도문명’, ‘중도문화’라 부른다. 춘천의 독특함을 찾아서, 중도에 역사박물관을 지으려 계획했으나 없어졌다. 미술관과 같이 지어 수도권 사람을 많이 오게 해야 한다.

춘천에 중국 민항기가 불시착한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에 그 때 당시 회항시킨 사람을 만났다. 한중수교의 결정적인 사건이었던 그 이야기를 토대로 전시회도 만들고 할 수 있지 않나? ‘춘천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연구
춘천을 큰 박물관에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춘천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춘천에는 1920년대 가옥이 보존돼 있지 않나. 전체 맵을 만들어, 선사시대로부터 현재까지 천년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춘천의 모습은 어떤가?

최돈선
한국의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춘천의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이 돼야 한다. 또 춘천에 예술가들이 많은데 화가도 작가별 작업실을 공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황효창
버스로 작가 작업실 투어를 하면 어떨까? 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본격적이지는 않다.

정재억
문화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나라는 그만큼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했다.

최돈선
망대골목에 대한 이야기를 서울사람들에게 설명했더니 시를 쓰더라. 훌륭했다.
춘천이야기를 자꾸 조명해 알리면, 현재처럼 왔다가는 것이 아닌 하루나 이틀 숙박도 가능하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춘천역에 내리면 춘천사람들 눈빛이 자연을 닮아서 좋다고들 한다.

정연구
녹우처럼 춘천을 노래하는 지역의 가수도 있다. 같이 향유하면 같이 소비하고 싶어진다. 이를 조직화하고 체계화할 리더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최돈선
공무원들이 허세만 부린다. 관료적인 생각이 문제다. 고성 향토사학자가 공무원이 못하는 걸 한다.

황효창
남이섬을 봐라. 아무 것도 없었다. 원래 춘천의 것이었지만, 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기획하고 노력해서 별 것 없었던 남이섬을 오늘의 남이섬으로 만들었다.

정재억
이 시점에서 제안을 한 가지 하고 싶다. 다른 지자체는 관광마케팅에 관한 민간전문가를 채용해 좋은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공무원들은 부서이동을 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 전문성이 떨어진다. 전에 춘천의 역사박물관 건립이 무산된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등 춘천에 박물관이 몇 개 있는데 뭘 또 짓느냐는 거다. 행정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최돈선
그들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구슬리고 협박하면서(웃음).

 

"젊은이들이 바꾸어야 한다"


정연구
2015년 대한민국 이야기를 해 보자. 어땠나?

최돈선
잘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한테 얘기도 안 하고, 저희들끼리 잘 굴러간다. 아예 말 안 하겠다 스스로 입을 막았다. 선거 때면 나도 노인이지만 쪽팔리다. 노인도 우리 국민이다. 그분들도 의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젊은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젊은이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는 것. 거품만 물다 투표를 안 한다.

정연구
이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은가?

최돈선
노인들은 <춘천사람들> 잘 안 본다.(일동 웃음)

정연구
더 큰 문제는 종속된 문제, 존중받는 사회가 아닌 ‘금전주의’가 문제다. 돈만 좋아한다. 그 논리에 의해 지금의 정부가 세워졌고.

최돈선
발전을 위해 많은 피를 흘린 걸 잊지 말아야한다. 정치가를 호령할 수 있는 건 유권자뿐이다. 방치하면 안 된다.

정연구
불편함을 감내하는 문화가 안 되면 바뀔 가능성이 없다.

최돈선
언론이 무력해서 그렇다.

황효창
언론이 더 하다.

정연구
언론 자체가 스스로 무너져 문제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살기 좋기 위해선, 불편함과 배고픔을 감내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황효창
대중들이 따르긴 힘들다. 왜 배고픈지, 불편한지 모른다. 그것이 문제다.

정연구
문화계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역할은 가능한가?

황효창
소수다. 자본주의를 따라가기 바쁘다.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밝혀주는 신문이 돼야"


정연구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시민이 ‘나’로 인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우리 신문, <춘천사람들>은 어떤가?

황효창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많이 봐야지. 걱정된다.

정연구
<춘천사람들>에서는 잘 알려진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는 사람, 드러나지 않아도 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찾고 발굴해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사회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외지인이 많은 춘천은 용광로 같은 곳이다. repliky omega 토박이 말고도 외지인이 동화돼 춘천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최돈선
레고랜드 문제로 볼 때, 관이나 개발사보다 그렇게 될 동안 언론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뭐했나 하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춘천사람들>은 다루고 있더라.

정연구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 <춘천사람들>이 잘 될 것 같나?

정재억
감이 좋다.

최돈선
더불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선 <춘천사람들>이 만들어진 것을 축하하고 의미 있다고 본다. 정말 심도 깊게 춘천을 사랑하는 언론, 다른 언론이 하지 못하는 언론의 역할을 <춘천사람들>이 해 달라. 또 지역문화에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정연구
우릴 고문해 달라.(웃음)

황효창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만, 재정적인 문제가 걱정이다.

정연구
주변에 신문보라 권유해 달라. 신문이 지역사회로, 지역사회가 다시 신문으로 들어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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