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도 상설 장기공연이 가능할 수 있다는 소식이 새해 벽두를 즐겁게 한다. 젊음의 문화가 다양하게 들썩이는 서울의 홍대 앞과 가장 가까운 춘천의 강원대 후문 먹자골목에 위치한 소극장 ‘연극바보들’이 일구어낸 쾌거다. 지난해 9월4일에 시작해서 올해 1월31일까지 총 180회의 공연을 통해 누적 관객 수 1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1만 명을 180회로 나누어보면 한 회당 평균 약 56명의 관객이 이 공연을 관람했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70석 규모의 소극장이라고 하니 관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평일 날을 제외하면 주말에는 종종 만석 행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기도 한다.

무대에 오른 공연은 연극 ‘뷰티풀라이프’다. 대학로에서도 지속적인 인기를 얻어 독보적인 한류 명품브랜드에 주어지는 한류문화대상(뮤지컬/연극 부문)을 지난해 수상한 연극이다. 비록 각본, 기획으로부터 시작되는 연극의 전 과정을 춘천에서 만들지는 않았지만 극단 ‘무하’의 이번 성과는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기념할 일임에 틀림없다. 춘천의 배우들과 스텝들이 관객을 충분히 감동시켜 애초 12월 15일까지 예정된 일정을 올해 1월 말까지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구가 춘천의 50배 규모에 달하는 사람들이 접근하는 서울의 대학로 소극장의 장기상설공연이 몇 년에 걸쳐 누적시킨 몇 십만에 비하면 다섯 달 동안의 1만 관객은 적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리 보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춘천시 인구가 28만 명 정도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아도 그렇다.

우선 ‘연극바보들’이라는 소극장이 설립되는 과정이다. 극단 ‘무하’는 설립자금을 클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했다. 1천만 원으로 목표액을 설정하고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돈을 모았는데 오래지 않은 기간 동안에 목표액의 110%를 달성하였다. 상설 소극장을 세우려는 시민들의 의지가 이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극단 ‘무하’의 첫 공연 ‘뷰티풀라이프’의 1만 관객 돌파는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연극 흥행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극본이 좋아야 하겠지만 배우의 연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같은 대사를 읊조리더라도 배우의 연기와 무대 장치가 이를 받혀주지 않으면 맛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그렇게 김이 빠진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무리 좋은 극복으로 공연을 올려도 흥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극단 ‘무하’의 이번 ‘뷰티풀라이프’는 춘천 배우와 스태프들만으로 극본의 맛을 충분히 살렸고 관객은 이에 호응했다.

‘뷰티풀라이프’ 성공 전에도 춘천의 다원예술전문법인인 ‘문화강대국’이 춘천 출신 희극인 배삼룡의 삶을 그린 ‘희극인 삼룡이’로 흥행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2018년의 흥행에 힘입어 2019년에도 앙코르 공연을 하기도 했다. 2016년 흥행에 힘입어 2017년에 앙코르 공연을 한 ‘까마귀’도 기억할만하다.

오는 8월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인 영국의 에딘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서 ‘하녀들’이라는 극을 주공연장에 올리는 극단 ‘무소의 뿔’. 매년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며 주민들에게 다가가 호응을 얻고 있는 춘천연극제. 극단 ‘무하’가 ‘연극바보들’을 통해 길러내고 있는 청소년 연극인. 여러 수상 경력을 가진 지역의 역량 있는 극예술인 등 자세하게 세려면 끝이 없을 만큼 많은 후원군이 있다. 이들의 힘이 합쳐 1만 관객의 문을 열었다. 

극단 ‘무하’가 3월부터는 두 번째 상설공연작품을 고르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이제 춘천시민들이 더 크게 화답할 차례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