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 학교배정, “문제없다” VS “투명하게 공개하라”
선지원 학교배정, “문제없다” VS “투명하게 공개하라”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0.02.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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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육연대, “특정학교 쏠림, 학교 간 과열경쟁 초래할 것”
도교육청, “학생들의 선택권 최대한 보장··· 쏠림현상 미비”

강원지역에 고교평준화 도입 뒤 줄곧 적용하던 ‘원거리배제 무작위추첨제’ 방식이 7년 만에 ‘선지원 후추첨’ 배정으로 변경되어 평준화 지역인 춘천과 원주, 강릉을 대상으로 올해 고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적용됐다.

‘선지원 후추첨’방식은 거리와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를 2개까지 지원하고, 추첨을 통해 학교 모집 정원의 50%를 배정하고, 나머지 50%는 기존의 방식대로 ‘원거리 배제 무작위추첨’하여 배정하는 것이다. 기존의 ‘원거리 배제 무작위추첨’ 방식의 경우, 임의추첨하되 통학불편을 고려하여 멀리 있는 학교(주소지 기준 50분 거리)를 2개까지 배제할 수 있었다.

도교육청은 제도변화의 이유로 통학불편 해소를 위한 학교 선택권 보장, 평준화 시행 6년간 학교 간 교육격차 완화,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학생 선택중심 교육과정 변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를 비롯한 22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강원교육연대에서는 특정학교 쏠림이나 기피 현상 나아가 학교 간 과열경쟁을 우려하며 ‘선지원 학교배정’ 추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원교육연대는 도교육청의 선지원 후추점 방식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하며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철회가 이루어질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제공= 전교조 강원지부
강원교육연대는 도교육청의 선지원 후추점 방식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하며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철회가 이루어질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전교조 강원지부

전교조 강원지부 김소영 정책실장은 “평준화로 인해 학교 간 격차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해서 선호도와 상관없이 가까운 학교에 지원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춘천, 원주, 강릉지역에는 이른바 명문대 진학률 등의 학교 간 선호도 차이가 분명 존재함에도 도교육청은 학생배정방식 변경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현행 추첨제 방식을 유지하고 통학 불편 해소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선지원 후추첨 방식은 기존의 무작위 추첨과 달리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배정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020학년도 교육감입학전형 고교 신입생 선지원 후추첨 배정 결과 학생 5천498명 중 3천740명(75.8%)이 1·2지망 학교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춘천 71.5%,원주 77.2%,강릉 78.7%로 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시행되던 ‘임의추첨’ 방식보다 ‘선지원 후 추첨’ 방식의 희망학교 배정률이 30%p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원교육연대는 “교육청이 ‘선지원 학교배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70~80%의 학생들이 희망 학교에 배정됐다는 내용만으로 긍정적인 결과라고 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연대는 춘천, 원주, 강릉 지역의 중3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학년도 교육감입학전형 선지원 현황 자체조사 결과 ‘선지원 후추첨’ 방식에서 일부 학교 쏠림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춘천은 조사대상 1천38명 중 322명(31.2%)이 A학교에 지원해 희망자가 가장 많았던 반면 선호도가 가장 낮은 B학교는 지원자가 7명(0.7%)에 불과했다는 내용이 근거다.

원주는 조사대상 648명 중 140명(21.6%)이 C학교에 지원했지만 D학교에는 26명(4%)이 지원하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강릉은 조사대상 600명 중 216명(36%)이 E학교에 몰렸으며 F학교는 희망자가 28명(4.7%)에 그쳤다. 해당 조사 결과 지역별 선호 학교와 비선호 학교 사이의 지원 비율 차이는 춘천이 44.6배, 강릉 7.7배, 원주는 5.4배에 달한다.

김 정책실장은 ”춘천지역은 인접한 고교에서도 선호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접근성만으로 선호도가 갈린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앞으로 도내 고등학교들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더욱 강화시키고 특정 대학 진학 결과를 적극 홍보하는 비교육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도교육청은 특정학교 쏠림, 학교서열화를 조장하는 고입 배정 방식 추진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주순영 대변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지원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걸 밝혀왔고 학교 간 교육격차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렸다. 올해 첫 시행결과 선택권이 보장되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쏠림현상도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지원 학교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학교 간 선호도를 부채질하는 비교육적인 행위다. 물론 장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문제를 미리 염려하고 예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학교 간 과열경쟁과 서열화 방지에 대해 도교육청도 애쓰고 있다. 학교마다 특성화된 경쟁력이 강화되어 교육수요자들이 다양한 요구에 맞춰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도 나뉜다. 강원교육연대에 참가하는 청소년 모임 소속 A 학생은 “선지원을 하지 않았을 때는 학교 간 비교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떤 학교가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학교가 그렇지 않은지를 고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반면 춘천의 B 고교에 진학하는 C 학생은 “장래 뮤지션이 꿈이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선지원을 통해 꼭 가고 싶은 고교에 입학하게 됐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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