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2월은 학교나 별빛이나 새학기 준비로 분주한 달이다. 지난해부터 학교와 학부모회 그리고 별빛 샘들이 모여 방과 후 활동에 대한 협의를 해 왔다. 작은학교의 특성상 전교생이 학교 방과 후 활동을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하고 하교 후에도 별빛에서 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의 자율시간, 활동을 제한한다고 해석할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 강제된 활동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아이들에게 방과 후 시간만큼이라도 자유를 주자는 취지에서 학교, 학부모회에 제안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올해도 별빛의 학교 방과 후 위탁은 어려워졌고 학교는 교육지원청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자체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도 어쩔 수 없고, 교원의 임용과 인사 그리고 방과 후 활동까지 결정되어 버린 어떤 구조 속에서 말만 무성한 ‘교육자치’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법에 의거 지방자치, 지방분권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고 교육자치, 주민자치 등 세분화된 자치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논란도 논쟁도 많다. 자치란 무엇인가? 나는 ‘주인됨’이라는 표현으로 이해하고 싶다. 일상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치’가 시기상조란 논리를 주장하는 분들의 입장을 보면 우리는 아직 민주주의 의식이 부족하고 스스로 무엇을 결정해 본 적이 없어 책임지지 않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을 비롯한 사회시스템과 행정체계, 정책결정의 의회구조, 민주시민교육 등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자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자치시대에 걸맞은 과정과 결과에 대한 경험치가 적을 뿐이다. “자치회는 사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보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취지를 두고 있다.” 마을교육자치회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흥시 장곡마을교육자치회 관계자의 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어찌 보면 먼 데서 찾지 말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혁신적 관점에서 변화를 가져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별빛에는 아이들의 자치회가 있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나 결정할 이야기들을 자치회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게 된다. 또한 몇 명이 모여 제안하면 아이들이 원하고, 하고 싶은 동아리를 만들어 준다. 학교는 또 어떤가. 운영위원회가 있고 학생회가 조직되어 있다. 다만, 그것이 원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래전 아이들의 입을 통해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학기초 학교의 학급회의를 통해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자고 선생님이 먼저 제안해 몇 시간의 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결정했더니 정작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묵살했다는 것이다.

‘생각과 말이 현실이 되는 경험, 감동’을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것부터 교육자치는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학급자치, 학교자치, 마을교육자치, 지방교육자치로 한발 한발 다가갔으면 한다. 이는 곧 마을자치로 이어질 것이며 말뿐인 아닌 진정한 지방분권자치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춘천시 교육발전지원조례가 의회를 통과(2019.10.10 조례 제1480호)했다. 그동안 춘천시가 교육문제에서만큼은 교육지원청에 맡기고 그 책무를 소홀히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춘천시가 교육문제에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고 책임지는 근거를 마련한 이번 조례의 의미는 크다. 춘천시, 춘천교육지원청은 물론 학계, 학교, 학부모, 운영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협의회가 구성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경비보조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겠지만 협력과 협치를 통해 ‘춘천시의 교육자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길 바란다. 협조보다는 협력을 통해 마을자치, 교육자치가 춘천시에서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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