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동 청평미가

음력으로 정월대보름이면 한겨울 추운 날씨가 제격이건만 걸맞지 않게 비가 잦다. 어쩌다 조금 내리는 눈은 한여름 달콤한 아이스크림처럼 금세 사라져버린다. 겨울 맛 내는 얼음낚시며 썰매타기도 시들하고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강아지처럼 뛰놀던 겨울 낭만도 이제는 아쉬운 풍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영하를 오르내리는 꽃샘추위엔 따끈하고 든든한 음식이 그리워진다. 그럴 때 찾는 곳이 있다. ‘청평미가’가 그중 한 곳이다.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두루치기가 별미다.

처음 있던 곳에서 길 건너 맞은 편으로 이사해 새로 단장한 '청평미가' 

청평미가는 25년 전통을 고수하는 맛집이다. 처음 있던 곳에서 길 건너로 옮겨오면서 새롭게 단장을 했다. 입식 테이블로 바꿔 손님에게나 일하는 사람에게 모두 편리하게 꾸미고 깔끔한 분위기를 더했다. 덕택에 손님도 더 늘어난 것 같다. 

여러 가지 메뉴 중에 당연 두루치기가 압권이다. 다른 메뉴를 먹어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의 매력을 품고 있다. 기름이 적당히 붙어 있는 살코기를 풍성하게 담아 잘 익은 김치와 제대로 끓여낼 때만 맛볼 수 있는 걸쭉한 맛은 뭐라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맛깔스럽게 얹어진 흰 두부가 시각까지 자극하면 먹기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상상 속에 빠지게 된다. 기다리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밥상을 받자마자 끓여진 찌개를 바로 먹을 수 있어서다. 

청평미가의 얼굴, '두루치기' 한 상.
청평미가의 얼굴, '두루치기' 한 상.

찌개 속 김치와 고기 한 점을 같이 입속에 넣으면 시원하게 씹히는 김치의 식감과 쫄깃쫄깃 담백하면서도 살짝 기름을 머금어 고소한 돼지고기 맛의 콜라보는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침이 꼴딱 넘어가는 몸의 반응을 느낄 정도다. 평상시 두루치기의 고기와 김치만으로도 두 공기의 밥을 소화해 내느라 차려진 반찬을 장식으로만 보아 왔었는데 부러 반찬을 먹어 보자 젓가락이 계속 가게 된다. 다른 식당에서 나오는 고기요리는 양이 적어 아쉬운 식사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곳은 기자 같은 대식가도 반찬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을 만큼 고기 양이 푸짐하고 넉넉하다.

청평미가는 특별한 가정사만 아니면 휴일이 없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시간을 놓쳐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곳을 찾자. 쌀쌀한 꽃샘추위엔 따끈하고 정감이 가는 두루치기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보자. 

청평미가
석사길 5번길 34
문의 ☎263-2939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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