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와 인연을 끊고 수행에 전념하기 위한 목적에다 불교를 배척하였던 조선왕조의 정책이 더해져서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찰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절을 찾아간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청평사는 가는 길이 여타 절과 좀 다르다. 소양댐으로 인해 생겨난 거대한 인공호수 덕분에 배를 타야 쉽게 갈 수 있다.

회전문의 옛 모습.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회전문의 옛 모습.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지금은 도로가 개설되어 차량으로도 갈 수 있지만, 높은 고개를 몇 개 넘어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배를 타는 재미도 있기에 시간적인 면에서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에서 내린다고 바로 절이 아니다. 배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도착하는데 그 길이 너무나 아름다워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 계곡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구송폭포와 삼층석탑, 공주굴은 저마다 재미있는 유래를 지니고 있기에 하나하나 읽어가며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평사 전경(현재)
청평사 전경(현재)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에 위치한 청평사는 고려 초기인 973년(광종 24)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고려의 이자현, 조선의 김시습이 이 절에 거처하였는데, 퇴계 이황이 이들의 행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은둔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이후 춘천을 찾거나 지나가는 관료나 시인이라면 누구나 들리어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과 청평사가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를 시로 노래하였다.

청평사의 건축물은 일제강점기 때 방화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되었는데 1970년대 후반부터 하나씩 새롭게 중건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방화와 병란의 소용돌이를 꿋꿋하게 버텨낸 회전문은 보물 제165호로 지정되어 청평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또 청평사가 자리잡고 있는 산은 예전에는 경운산이라 불렸는데, 행정편의와 착오로 인해 시답잖은 의미를 지닌 오봉산으로 억지 개명되는 아픔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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